국내정치에 발목 잡힌 바이든 외교

입력
2021.12.20 00:00
26면

바이든 취임 후 대외정책 안정 회복
앞으로 변동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국내정치 분열 극복이 어려운 과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1년, 미국의 외교가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맹체제를 복원하면서 트럼프의 '미국제일주의'를 벗어났다. 취임 초 한국, 일본, 호주, 나토 등 아시아·유럽 동맹체제를 재확인했고, 쿼드(QUAD) 정상회의도 출범시켰다. 9월에는 호주·영국과 3국동맹도 맺었다. 기후변화 협의와 유엔체제에 복귀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도 개최했다.

3가지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고 있다. 첫째, 대외군사개입을 최대한 억제한다. 무리하면서도 아프간 철수를 완료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조짐이 있지만, '고통스러운 경제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할 뿐, 군사적 대응 가능성은 배제한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바이든의 실언 아닌 실언은 국무부가 나서 '정책 변화 없다'고 수습한다.

둘째, 정책의 초점은 중국에 집중된다. 트럼프 4년 차에 나온 '체제전복'이나 '신냉전'이라는 말은 사라졌지만, '전략적 경쟁자' 중국이 패권을 넘보지 못하게 하려는 압박은 오히려 더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초청 기준이 모호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강행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명분 축적의 의미가 크다. 실익이 의문시되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도 마찬가지다. 지난여름 도쿄올림픽에 참석한 외국 국가지도자는 차기 개최국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혼자였다.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갈 사람이 많지 않은 베이징올림픽이다.

셋째,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다자통상체제에 소극적이다. 바이든은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새로운 다자통상협정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의 관심은 국내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국내 부흥에 달렸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봄 포린어페어 기고문에서, '인류 진보를 위한 국제단합을 이끄는 일은 국내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1.9조 달러 '코로나19 구호법'과 1.2조 달러 '인프라·일자리법'을 3월과 9월에 통과시켰다. 2조 달러 '사회경제법(Build Back Better)'도 곧 통과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집권당이지만, 상원 50:50, 하원 221:213으로 겨우 8석 우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정치력이 놀랍다. 워싱턴포스트 우드워드 기자의 신작 '위험(Peril)'에는 이들 입법과정에서 직접 뛰는 바이든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40년 넘게 쌓은 경륜이 우러난다.

그래도 정치적 분열을 극복하는 일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미국이 자랑해온 초당적 외교는 요즈음 찾아보기 어렵다. 신정부 출범 1년이 지났는데, 189개 대사직 가운데 95개가 아직 비어 있다. 중국, 일본, 인도를 포함한 64개 직위가 상원 인준에 발이 묶여있다. 주한대사는 아직 내정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는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고 외교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 금년 1월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처음 평화적 정권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도 공화당원 3분의 2는 부정선거 때문에 트럼프가 졌다고 믿는다. 공화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찾으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극복이 더디고 인플레이션이 1982년 이래 최고치인 6.8%에 이르는 것도 집권 민주당에 불리한 여건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다자통상협정이 유효한 줄 알면서도 '중산층을 위한 외교'에 묶여 활용하지 못한다.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라고 한다. 어디서나 정치가 관건이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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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제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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