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워' 저자 "미국 칩스법, 지금까지는 놀랍도록 성공적"

입력
2024.04.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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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스법 제정 2년... 성과 긍정 평가
"2030년 고급 칩 20% 미국서 제조
주요 인프라 수요 충족하기엔 충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주요국의 치열한 반도체 산업 경쟁을 전쟁에 비유해 서술한 책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대해 "지금까지는 놀랍도록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 서명한 칩스법은 자국 안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기업들에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금으로 총 527억 달러(약 72조 원)를 5년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칩스법이 일으킨 투자 붐, 예상 뛰어넘어"

밀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미국 정부는 인텔,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에 수십억 달러씩의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390억 달러(약 53조 원·생산 보조금 총액)의 절반 이상을 지출했다"며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규모의 투자 붐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언급된 회사들을 포함한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향후 10년간 총 3,270억 달러(약 450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밀러는 "팬데믹 시대 칩 부족 사태는 기술 수준이 낮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조금만 발생해도 수천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 시설을 미국 내에 건설하도록 장려하는 칩스법이 만들어졌고, 칩스법 제정을 통한 투자 급증이 팬데믹 때 확인된 공급망 취약점을 메우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30년이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칩의 약 20%를 생산할 것"이라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전 세계 칩의 4분의 1 이상을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완전한 자급자족을 의미하지는 않으나, 데이터센터나 통신 같은 주요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칩스법이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전투기, 의료 기기 등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 생산 시설도 확대시켰다는 데 주목했다.

"기업들 보조금 받고 먹튀" 등 주장도 반박

그는 칩스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기업들이 보조금만 받고 공장 건설 약속은 이행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먹튀' 우려에 대해 밀러는 "대부분 공장은 건설이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신설되는 공장들이 고객사를 찾지 못해 결과적으로 세금(보조금)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에도 그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 업계 인사들은 공급 과잉보다 반도체 부족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응수했다. 수요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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