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도 못 한 ‘식량 독립’ 위해… 김정은 ‘과학농업’ 드라이브

입력
2024.04.29 15:10
수정
2024.04.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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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주의 뿌리 뽑자" 기존 농법 개혁도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6호 태풍 '카눈'에 의한 폭우로 피해가 발생한 강원도 안변군 일대를 다시 찾아 농장 복구작업에 공군까지 투입하며 농업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6호 태풍 '카눈'에 의한 폭우로 피해가 발생한 강원도 안변군 일대를 다시 찾아 농장 복구작업에 공군까지 투입하며 농업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홀로서기 체제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일 ‘식량 독립’ 의지를 드러내며 해외 기술력 도입과 과학농업 띄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량난이 가속화한 데다, 수해와 평균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위기까지 겹쳐 맞게 된 만성적인 식량난을 개선해 리더십 확립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29일 농촌 혁명과 과학농업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위대한 새시대 농촌혁명이 펼치는 문명의 별천지’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최근 새 주택을 보급한 농촌 발전상을 언급하며 김정은의 ‘농촌 혁명 강령’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김정은도 낙후됐던 기존 환경을 개선한 점을 강조하며 “세기적인 낙후성을 털어버리는 농촌 건설을 더 완강하게 진척시켰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과학농업 강조는 김정은의 농업 기본 노선이 한층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일성이 노동자와 농민의 계급 차이를 제거하고 협동조합 체제의 농장을 꾸리는 내용을 담은 ‘사회주의 농촌테제’를 확립했고 부친 김정일이 ‘주체 농법’ 등을 강조했듯 김정은이 과학농업을 국가 적 농업 과제로 낙점했단 얘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일성, 김정일 모두 식량문제 개선과 자급 체계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둬 왔음에도 해내지 못했던 과제”라면서 “(국제사회와 교류가 단절된) 코로나19 시기 이후 북한 식량난이 가속화되고, 최근에는 기후 위기까지 겹쳐 북한의 기존 알곡 생산 체계가 흔들린 점은 과학농업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신문은 앞서 11일 군부대를 방문한 김정은이 고기 불판 등이 올려진 풍성한 식탁을 제공하며 장병을 격려한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21일 리철만 내각 부총리 겸 농업위원회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소식을 전하는 등 식량 독립을 위한 지도부 행보를 연일 중요하게 다뤘다.

이는 의식주(衣食住)를 ‘식의주(食衣住)’라 표현할 정도로 먹고사는 문제에 예민한 북한의 달라진 생활상을 강조하고, 획기적인 식량난 타개책 마련이 머지않았음을 알리기 위한 행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중교류 등 식량 (수급과 관련한) 여러 상황이 정상화되지 못해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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