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횡단 초호화 비행선 시대의 종말

입력
2024.05.06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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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힌덴부르크 참사

비행선 힌덴부르크가 1937년 5월 6일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저지주에 착륙 도중 폭발해 추락하고 있다. NASM, Archives Division

비행선 힌덴부르크가 1937년 5월 6일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저지주에 착륙 도중 폭발해 추락하고 있다. NASM, Archives Division


‘타이니(Tiny)’라 불리던 비행선 ‘R34’가 1919년 7월 2일 새벽 영국 이스트포춘 비행장을 이륙, 108시간 12분 만인 6일 오전 9시 45분 미국 롱아일랜드 미니올라(Mineola) 해안에 착륙했다. 비행선으로 대서양을 횡단하게 된 인류는 비행선과 항행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1936년 유럽-미국 비행선 상업 횡단 시대를 열었다. 1차대전 나치 독일이 폭탄을 실어나르던 비행선 '체펠린'의 눈부신 변신이었다.

바로 그 독일 체펠린사가 건조한 ‘힌덴부르크(Hindenburg)’는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유람선이었다. 보잉747 점보여객기보다 4배나 긴 245m의 두랄루민 골조 선체에는 2층 침대 객실과 알루미늄 의자- 테이블을 구비한 실크벽지 장식의 식당, 그랜드피아노(1937년엔 철수)가 놓인 라운지와 흡연실, 사무공간 등이 마련돼 있었다. 육중한 비행선은 약 7톤의 수소를 태우며 평균 시속 126㎞ 속도로, 당시 가장 빠른 원양 정기선의 약 4일의 절반인 43시간 만에 대양을 건넜다. 승객들은 선체 안을 자유롭게 오가며 라운지와 식당 등에 설치된 창을 통해 24시간 대양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1936년 10차 상업 비행에 성공한 힌덴부르크는 이듬해 5월 6일 승객 36명 등 총 97명을 태우고 그해 2번째 대서양 횡단에 나섰다가 미국 뉴저지주 레이크허스트 해군비행장에 착륙하던 중 화염에 휩싸여 추락했다. 승객 13명을 포함한 탑승자 35명과 지상 인력 1명이 숨졌다. 반나치 사보타주설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공식조사 결과 전기 방전과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로 확인됐다.

그 참사로 대서양 횡단 비행선 시대는 막을 내렸고, 자가용 제트기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도 점보여객기 일등석 서비스에 만족해야 했다. 남은 두 대의 체플린 비행선은 1940년 나치 독일에 의해 해체돼 군수 장비 부품으로 활용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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