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잘나가는 록의 BTS, '더 로즈'..."언젠가 한국서도 통하겠죠?"

입력
2024.05.08 15:26
수정
2024.05.08 16:5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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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음악축제서 잇달아 공연...국내 음악가 최초
지난해부터 월드투어, 북미서만 7만 명 가까이 동원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한 에너지 나누는 게 꿈"

록 밴드 더 로즈가 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들이 선 무대는 코첼라의 8곳 중 2번째로 큰 공연장이다.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록 밴드 더 로즈가 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들이 선 무대는 코첼라의 8곳 중 2번째로 큰 공연장이다.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한국 록 밴드가 있다. 유명 K팝 그룹은 돼야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미국 유명 음악 축제 코첼라 페스티벌과 롤라팔루자 무대에도 섰다. ‘K록의 방탄소년단’이라 할 수 있는 밴드 '더 로즈'다.

더 로즈는 지난달 12~14일과 19~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화려한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초부터 롤라팔루자 미국 시카고,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스웨덴, 인도 등의 무대에 선 데 이어 코첼라까지 섭렵하며 K록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코첼라와 롤라팔루자 두 무대에 오른 국내 음악가는 이들이 유일하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더 로즈의 리더 김우성(메인 보컬, 기타)은 “코첼라 공연을 마치고 나니 7년간 걸어온 이 길이 헛되지 않고 보람차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홍대서 첫 공연 때 관객 20명", 지금은 전 세계 팬들의 사랑받는 '월드스타'

더 로즈는 K팝 시스템이 뜻하지 않게 배출한 록스타다. 2011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출연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 김우성을 비롯해 네 멤버 모두 서로 다른 K팝 기획사에서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4명 모두 가창력, 외모, 악기 연주 실력, 작곡·편곡 능력을 고루 갖췄다. 코첼라 공연에선 “처음 홍대 인근에서 공연할 땐 관객이 20명 정도였고 그나마도 절반이 친구들이었다”고 데뷔 때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재형(베이스 기타)은 “K팝이 우리의 음악을 전 세계에 들려줄 수 있는 창구를 개척해 줬기에 좀 더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국 밴드인 더 1975와 콜드플레이를 연상시키는 브릿팝 스타일의 록에 한국적 정서와 무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더 로즈의 무대 열기는 여느 K팝 그룹 못지않게 뜨거웠다. 코첼라에서 11곡을 연주하는 동안 관객들은 두 손 들어 환호하고 뛰면서 함께 노래했다.

록 밴드 더 로즈의 김우성(왼쪽)과 이재형이 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마주 보며 연주하고 있다.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록 밴드 더 로즈의 김우성(왼쪽)과 이재형이 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마주 보며 연주하고 있다.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장미꽃의 아름다움과 가시의 날카로움처럼 인생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짧은 인생에서 그 양면성의 조화를 맞춰 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김우성)라는 더 로즈의 음악은 때론 감성적인 선율로 위로하고 때론 폭발적인 힘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2집 ‘듀얼’을 관통하는 모티브다. 이 앨범은 지난해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83위에 올랐다. 국내 록 밴드 가운데선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다.

"무명 때는 '이런 음악 안 된다'는 말 들었지만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더 로즈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를 돌며 세계 팬들과 만났다. 북미 지역에서만 6만6,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 해외 팬이 급격하게 늘며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밴드’가 됐지만 여전히 그들은 “한국이 우리 활동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형은 “한국에서 인기가 덜한 부분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음악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다 보면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언젠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록 밴드 더 로즈.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록 밴드 더 로즈. 트랜스페어런트아츠 제공

더 로즈는 올여름과 겨울에 신곡을 내놓는다. 내년 초 세 번째 앨범 발표도 계획 중이다. “무명 시절 관객 20명 앞에서 처음 연주할 때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이런 음악은 안 된다’ ‘바꿔야 한다’고 말한 분들도 많았죠. 우리 넷만 뭉쳐 있다면 세계에서 활약하는 밴드가 될 거라는 자신감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이재형). “더 많은 사람들과 우리 음악을 공유하며 행복한 에너지를 나누는 게 우리의 궁극적 꿈입니다.”(김우성)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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