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품사업하자" 30억대 사기 친 여성 구속… 피해 노부부는 집까지 처분

입력
2024.05.08 11:27
수정
2024.05.0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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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해액 크고 도망 우려 구속 송치"
고급 수입차 리스하는 등 호화생활 탕진
반면 사기 피해 부부는 아파트 처분 '생활고'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수원에서 명품 시계 매장 운영권을 주겠다며 20억 원대 돈을 받아 가로챈 40대 여성이 구속됐다. 투자금을 건넨 60대 부부는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집까지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수원남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달 말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 공범으로 함께 고소된 A씨 남편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수원 영통구 같은 아파트에 사는 B씨 부부에게 “엄마가 서울 강남에서 롤렉스 매장 대표로 있는데 C백화점 성남 판교점에도 새로운 매장을 개설하려 한다”며 환심을 산 뒤 공동투자를 권유해 2021년 3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23억 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롤렉스와 함께 다른 명품시계 브랜드인 파텍필립 매장 대표와도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이들 시계를 구매하면 이를 ‘리셀(재판매)’해 돈을 불려주겠다”고 꾀거나 특정 주식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보게 해주겠다고 속여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B씨 부부가 A씨에게 속아 건넨 돈은 2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런 식으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부부 등 3명에게도 수천만 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2022년 3월 개장을 약속했던 C백화점 내 명품 매장 모습. 하지만 1년 6개월이 더 지난 지난해 말까지도 매장은 들어서지 않았다. 고소인 제공

A씨가 2022년 3월 개장을 약속했던 C백화점 내 명품 매장 모습. 하지만 1년 6개월이 더 지난 지난해 말까지도 매장은 들어서지 않았다. 고소인 제공

A씨는 2020년 아파트 인근 사우나에서 처음 만나 B씨를 상대로 재력가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러나 부모가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에 살며 강남에서 명품시계 매장을 직접 운영 중이라던 A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A씨도 과거 비슷한 사기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애초부터 명품시계 매장 개설과 시계를 구매해 재판매할 능력이 없는데도 금품을 노리고 B씨 부부에게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봤다. A씨는 이렇게 가로챈 돈으로 고급 수입차인 롤스로이스, 벤츠 등을 리스해 타고 다니거나 대형 평수의 아파트를 임차해 지내며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씨 부부는 노후 자금으로 가지고 있던 현금에 더해 은행대출까지 받아 A씨에게 건넨 뒤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수원 광교 호수 인근 아파트를 급매로 처분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액이 너무 크고 도망 우려도 있어 구속수사 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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