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최소1박하는데 푸틴, 밤샌 김정은과 바로 작별, 왜?

2024.06.19 12: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밤잠 못 자고 기다리게 만들었다. 북러는 푸틴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 일정을 1박 2일(18, 19일)로 공개했지만 정작 푸틴 대통령은 19일 새벽 2시 30분쯤 북한에 도착했다. 반나절가량 평양에 머무른 뒤 다음 행선지(베트남)로 이동한다.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이 7박 8일간 머무른 것과 확연히 대조적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19일 오전 2시 46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북한 수도 평양에 도착했다"고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국빈 초청에 따라 당초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늦게 평양에 도착하면서 국빈 일정은 하루로 쪼그라들었다. 통상 정상국가 간 국빈 방문의 경우 최소 1박 이상의 일정을 소화한다. 국빈 초청받은 국가의 정상이 여러 국가를 한꺼번에 방문할 때가 아닌 경우라면 2박 이상의 일정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국을 방문하며 투르크메니스탄에서 1박, 카자흐스탄에서 2박, 우즈베키스탄에서 2박을 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한 국가만을 국빈 방문했을 때는 3박 일정을 소화했다. 이를 두고 악명 놓은 푸틴 대통령의 지각 버릇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보단 여러 가지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우선 러시아 입장에선 한국과 서방의 입장을 고려했을 수 있다. 북러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관계를 '포괄적전략동반자'로 격상할 참이다. 양측 협상과 합의가 모두 정리된 마당에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한국과 서방의 ‘북러 밀착’ 우려를 과도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역시 사전에 지각 방문을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북한의 증가하는 핵·미사일 위협은 (아시아) 역내에 더 많은 미군 주둔을 촉발할 수 있고 이는 중국에도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경고했다. 낮보다는 한밤중, 한밤중보다는 새벽이라는 시간을 활용해 ‘강인함’을 연출하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두 ‘불량국가’의 정상들이 국제사회를 향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계산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 개발,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 정치용으로 늘 ‘강인함’을 과시해 왔다. 북한이 주요 국면마다 야간 열병식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야간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기체계나 인물의 화려함이나 집중도를 과시하고 △위협적이고 강인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30도 땡볕을 푸틴과 나란히 걸었다... 김정은 '산책 외교' 집착 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9일 만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는 정식 회담 후 이뤄진 산책 대화였다. 김 위원장이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도 선보인 방식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산책과 차담을 겸한 일대일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이날 평양의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관측되면서 일정 변동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예정대로 진행됐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은 산책 회담 일정을 소개하면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산책 회담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즐겨 활용하는 방식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함께한 '도보다리 산책 회담'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해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1분 산책'을 했다. 이듬해 6월 20~21일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찾았을 때도 금수산영빈관 경내 산책 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의 산책 회담이 부각되는 것은 북한의 폐쇄적인 시스템 때문이다. 북한의 지도자가 주요국 정상들과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자체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책 회담은 김 위원장 말고도 각국 정상들이 친밀감을 강조하고 내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당시 대통령실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산책을 비롯한 별도 대화 시간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정상 국가'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았던 것 같다"며 "정상 간 우애를 다지고, 정상 국가를 지향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고 친밀감을 보여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책 회담의 결과가 곧장 유형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앞서 산책 회담을 진행한 회담들 역시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협력 관계는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식어가다 끝내 불씨를 되살리지 못했다. 시진핑 주석과 회담 역시 대북 제재 해제 등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고, 식량 지원과 인적 교류 등 인도적 지원 역시 이듬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흐지부지됐다.

푸틴-김정은 '상호 군사 원조' 못 박아… 연합 훈련 넘어 자동개입으로 가나[북러정상회담]

러시아와 북한이 19일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협정에 '침략 시 상호 원조'라는 조항을 넣었다. 단순 물류 지원을 넘어서는 조치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까지 포함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럴 경우 북러관계는 일약 '동맹'으로 격상된다. 한미동맹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해석과 운용의 여지가 남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동맹이라고 추켜세운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동맹관계는 북한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북러 정상이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만나 "모든 군사·기술 협력을 논의하겠다"던 약속은 불과 9개월 만에 군사적 '동일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두 불량국가의 전례 없는 결속이 한반도와 국제정세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 북러는 동맹수준의 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다. 1961년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명시했다. 한러수교 이후인 1996년 이 조약이 폐기됐고, 2000년 소련이 해체한 후 체결한 '북러 우호친선 및 협력조약'에는 안보지원 조항이 빠졌다. 이번 협약 체결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그래야 북한도 반대급부로 유사시 러시아군의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한미군과 유엔군은 북한이 가장 꺼리는 상대다. 6·25 전쟁 당시 이들의 참전으로 전세가 뒤바뀐 트라우마도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소련 시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았다"고 콕 집어 평가한 것은 러시아의 '자동 참전'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몰아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러 연합훈련 여부도 주요 변수로 부각됐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서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이 강요한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강변하자 김 위원장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며 맞장구쳤다. '반미 연대'를 기치로 뭉치겠다는 다짐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발언은 향후 연합훈련을 예고한 대목으로 읽힌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미일 공조로 인해 러시아와 북한 모두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러시아 해군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맞춰 전날부터 동해와 태평양에서 무력시위성 훈련에 나선 상태다. 만약 북러 훈련이 현실화한다면 한미일과 북러 또는 북중러가 동시에 군사력을 투입해 긴장을 조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우리 군 당국은 지난해부터 "북러 연합훈련 실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같은 군사협력이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으로 연결돼 북한이 강력한 대미 협상카드를 확보할지도 관심사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차별화를 꾀하는 김 위원장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전된 기술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러시아의 최신 엔진 기술"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위성)을 지원하는 것과 '주먹'(미사일)을 지원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평가한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꾸준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용 재래무기를 지원하는 북한의 행태에 걸맞은 러시아의 화답은 위성 발사체 정도면 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방러 당시 큰 관심을 보였던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 역시 전쟁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만큼 러시아가 이전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7 27 1953'...푸틴이 선물한 車 '아우르스' 번호판 의미는[북러정상회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인 ‘아우르스’를 선물했다. 지난 2월에 선물로 준 아우르스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차량 번호판에는 6·25 전쟁 정전 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9일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아우르스 한 대와 차 세트, 해군 장성의 단검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푸틴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환영 나온 김 위원장과 함께 탄 차도 아우르스다. 특히 이번에 선물한 아우르스 번호판에는 북한 국기와 함께 ‘7 27 1953’이 새겨져 있었다. 6·25 전쟁 정전 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치고 6·25 전쟁에서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해방탑에 들러 헌화하는 일정을 가졌다. 또한 두 정상은 이날 양국 관계를 6·25 전쟁 직후의 혈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외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두 정상은 금수산영빈관 정상회담 후 선물로 오간 아우르스를 번갈아 운전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영빈관 정원에서 '산책 외교'를 하기에 앞서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조수석에 태운 채 영빈관 인근을 돌았다. 산책 이후에는 김 위원장이 운전대를 잡고, 푸틴 대통령이 그 옆에 앉았다. 아우르스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러시아 최초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외국 정상의 의전용 차량 등으로 쓰인다. 김 위원장에게 ‘사치품’인 자동차를 선물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