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너마저..." 개성 잃고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대학 상권

2024.03.19 04:30

"확실히 상가 수요가 줄었어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주변 상가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홍대 바로 앞길까지 꽉 들어찼던 인파가 이제는 지하철역 인근에만 몰린다고 했다. 실제 이날 홍대 정문부터 '홍대 걷고 싶은 거리'까지 150m 길에 있는 상가 다수는 비어있었다. A씨는 "목이 좋다는 홍대가 이 정도"라며 "경기침체는 계속되는데 폭등한 임대료는 그대로니 상인도 손님도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젊은 트렌드를 이끌던 대학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위기설에 휩싸였던 이화여대·신촌은 고사 직전이고 홍익대·고려대·건국대 일대도 활력을 잃었다. 당연히 치솟은 임대료 탓이 크다. 하지만 신흥·대형 상권의 부상과 대학가 특유의 개성을 잃은 것도 소비자가 외면하는 이유다. 이날 찾은 이대 앞 거리도 '여성패션의 성지'라던 과거의 영광을 무색게 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부터 대학 정문까지 이어지는 300m '이화여대길'에는 1층 상가 11곳이 공실 상태였다. 메인 대로를 벗어나면 더 심각하다. 이화여대 5길 골목 초입 30m는 입점한 가게가 전무했다. 서서히 몰락하던 상권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임대료를 정점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도 들어오려는 상인이 없고,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상점들도 다 떠났다고 한다. 부동산 업자 B씨는 "부활하려면 최소 15년은 걸릴 것"이라며 앞날을 비관했다. 인접한 신촌 상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신촌역과 연세대를 잇는 '연세로'에는 노란색 '임대' 팻말이 점차 늘고 있다. 아예 4층짜리 건물 전면에 '전층 임대' 현수막을 걸어놓기도 했다. 연세대 졸업생 김모(27)씨는 "신촌, 이대 주변이 가게들로 넘쳐났던 시절이 언제인가 싶다. 추억마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아쉬워했다. 두 상권의 몰락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5.8%를 기록한 반면, 신촌·이대 지역은 3배에 육박하는 18.3%에 달했다. 전 분기(22.0%)보다 소폭 감소했다 해도 2015년 2분기부터 2년 넘게 공실률 0%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지표다. 홍대·합정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9.8%)도 여전히 서울 평균(8.4%)보다 높다. 위기감은 다른 대학 상권으로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광진구 건국대, 성북구 고려대 등 일대도 성수동이나 청담동 상권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대 재학생 이모(22)씨는 "이왕 놀 거면 요즘 유행을 반영한 연남동, 성수동이나 복합 쇼핑몰을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침체 원인은 복합적이다. ①2010년대 들어 연남동처럼 기존 상권 주변에 신흥 소비처가 생기며 유입 인구가 줄었고 ②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떠난 중국인 관광객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③코로나19를 계기로 감소한 대학생 수요 역시 회복되지 않았다. ④여기에 수요 흐름을 읽지 못한 탁상행정도 한몫했다. 서울시는 11년 전 이대 앞을 '쇼핑·관광 권역'으로 지정해 의류·미용 중심 거리로 육성하기로 했다.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대학생 소비자를 견인할 카페나 음식점은 둘째 치고, 오프라인 의류 수요까지 줄면서 쇠퇴를 거듭했다. 지난해 3월 권역이 해제됐지만 상인들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당국을 성토한다. 악재는 계속 쌓이는데, 오른 임대료는 요지부동이니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상인들을 머물게 할 뾰족한 해법이 안 보이는 것이다. 대형 쇼핑몰로 대변되는 특정 상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위기 극복도 쉽지 않다. 역으로 과거 상권마다 고유 감성으로 무장했던 대학가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떠난 손님들의 시선을 되돌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학 주변에도 프랜차이즈 업체만 즐비하다 보니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복합쇼핑몰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주 내부를 바꿔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대형 상권은 앞으로도 수요를 유지해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학가가 살아남으려면 차별성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700만 자영업자 분노 불렀다… 안산 '매국노' 발언 후폭풍

국내 자영업계가 일본풍 식당을 '매국노'라고 표현한 안산(23) 양궁 선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안산 선수가 자영업자 전체를 모욕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자영업자 단체인 자영업연대는 고소장에 "안산이 일본풍 주점을 매국노라고 주장하며 선량한 자영업자 전체를 모욕했다"고 적었다.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씨는 경솔한 주장으로 해당 주점 브랜드 대표와 가맹점주는 물론 일본풍 음식을 파는 분들, 가게를 지키는 700만 사장님 모두를 모독했다"며 "자영업자의 피해를 신경 쓰지 않는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의 안일한 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씨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안씨가 악의적인 마음으로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실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안씨의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안씨 발언으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를 향해 "제가 돕겠다"며 나섰다. 하 의원은 17일 오후 SNS에 "(안씨가 지적한) 해당 식당 대표가 사진 하나로 받은 엄청난 악플 세례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국가대표로서 큰 영향력을 가진 선수의 경솔한 발언으로 젊은 사업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 및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에서 이 사안에 대해 신속히 조치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후속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안씨는 16일 자신의 SNS에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는 글과 함께 '국제선 출국(일본행)'을 뜻하는 일본식 한자 문구'国際線 出発(日本行)'가 적힌 전광판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안씨가 언급한 곳은 광주광역시의 한 쇼핑몰 내에 꾸며진 일본풍 식당 테마거리 입구였다. 해당 테마거리에 입점한 일본식 전골 전문 선술집 브랜드 대표 권씨는 17일 SNS를 통해 "루머와 억측으로 한순간에 제 브랜드는 매국 브랜드가 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안산이 소속된 광주은행에 따르면 안씨가 이른 시일 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없인 의사 없어"... 의대 교수 사직서 던지는 이유는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진료 차질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20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모인 비대위는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한 상태다. 방 위원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픈 몸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해 겨우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진료 차질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가 희생한 부분만 생각했지, 환자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에 대해 저희가 설득을 하면 국민이 들어주고 지지해 줄 걸로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저희가 정말 잘못했다. 특히 저희 교수 집단도 정말 잘못했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어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며 "국민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할지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방 위원장은 전공의를 향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며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넘어간 점,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도 했다. 다만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가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 위원장은 "교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인생의 모든 걸 걸어온 교수직을 던지는 건데 오죽하면 그러겠냐"라면서 "3월 안에 해결하지 못하고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부터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그리고 대형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의료는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국을 막기 위해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양보를 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전공의들도 돌아와 달라는 일종의 호소"라고 강조했다.

동네병원마저 집단행동 언급... 소아 환자 부모들 '한숨' 커진다

18일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앞. 초등학생 아이가 아파 이곳을 찾은 김지영(45)씨의 걱정이 이어졌다. 전공의(집단사직)와 의대 교수(사직 결의)에 이어, 개원의들마저 야간·휴일 근무를 축소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이가 세 살 때부터 이 의원 야간진료를 이용했다는 김씨는 "아이들은 밤에 돌발적으로 아픈 경우가 많은데, 이곳마저 낮에만 운영한다면 소아환자는 어디로 가야하나"며 불안해했다. 실제로 김씨가 사는 이 자치구에서 평일 야간 진료가 가능한 곳은 이 의원 단 한 곳뿐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개원의들도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항의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전날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 "개원의들 사이에는 토요일이나 야간에 진료하지 않고 주 5일(40시간)만 근무하는 '준법 진료' 얘기가 나온다"며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겠다고 하니 우리(개원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개원의 진료시간 축소가 현실화하면 가장 불편을 겪는 이들은 소아환자와 그 부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을 닫은 소아청소년과가 속출해 '오픈런'이나 '응급실 뺑뺑이' 사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동네 소아과의 야간·휴일 진료까지 중단되면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의 진료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경증 소아들이 평일 오후 9시까지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우리아이 안심의원'을 운영하는데, 이런 안심의원(개원의 운영)은 현재 서울 시내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오후 9시 이후 심야시간과 휴일에도 소아 진료를 볼 수 있는 보건복지부 차원의 '달빛어린이병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평일 밤 12시까지, 그리고 토·일·공휴일에도 소아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이달 기준 전국 75곳에서 운영 중인데, 이중 약 41%(31곳)가 개원의로 구성된 1차 의료기관이다. 정부는 최근 달빛어린이병원 확충안을 내놓았지만, 소아과 개원의들까지 집단행동에 관여하게 되면 정책 차질도 예상된다. 소아환자 부모들은 대학병원들이 사실상 소아 응급진료를 보지 않기 때문에 동네 병원의 야간·휴일 진료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시간·연령·증상 제한 없이 24시간 상시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92곳(22.5%)에 불과했다. 7세 아들이 감기에 걸려 소아과를 찾은 오선영(43)씨도 "토요일엔 오픈 1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줄을 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말에도 소아과를 찾는 부모들이 많다"며 "동네 병원까지 파업 영향을 받으면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