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불법촬영물은 죽지도 않는 좀비"… 황의조 사건 후 피해자 상담 급증

2023.12.07 04:30

이민지(가명∙24)씨는 지난해 봄 온라인 구직사이트에서 '피팅 모델'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해 합격했다. 촬영에 들어간 뒤 노출 요구는 갈수록 심해졌고 걱정도 커졌다. 그때마다 업체 측은 "계약서에 도장 찍지 않았느냐" "모자이크를 하겠다" 등 어르고 달래며 그를 붙들어 놓았다.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1년 뒤 이씨가 본인의 사진을 마주한 곳은 다름 아닌 성인사이트였다. 급한 대로 사설업체에 수십만 원을 주고 삭제를 의뢰했으나, 반년도 안 돼 촬영물은 또 올라왔다. 이씨는 "불법촬영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고, 내가 없어져야 고통이 끝날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의 성관계 영상 유출 사건으로 '불법촬영' 범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유명인의 사생활을 둘러싼 온갖 가십에 집중될 뿐, 피해자의 고통은 뒷전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민지가 평생의 낙인으로 남을지도 모를 나쁜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신음하고 있다. 불법촬영, 속칭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6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난해 삭제를 지원한 불법촬영물은 21만3,602건에 달한다. 전년(16만9,820건) 대비 25.8% 급증한 수치다. 센터가 문을 연 2018년(2만8,879건)과 비교하면 무려 7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설치된 서울시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도 올 10월까지 벌써 6,190건의 삭제 지원이 이뤄졌다. 문기현 서울안심지원센터장은 "동영상 하나가 100개 이상 사이트에 퍼진 사례도 있었다"며 "'황의조 사건' 이후 신규 상담이 쇄도해 증가폭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공기관이 도움을 준 피해자만 이 정도니 실제 범행 규모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상대방 몰래 찍는 불법촬영물 특성상 피해 사실을 곧장 알지 못할 때가 많고, 뒤늦게 인지하더라도 이미 영상물이 온라인에 퍼진 후인 탓이다. 서울안심지원센터 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의뢰자의 20~30%에게서 추가 피해 영상물이 보고됐다. 문 센터장은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로 불리는 사설 삭제업체를 찾았다가 센터 문을 다시 두드리는 분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계속 느는데, 신속한 범인 검거와 피해자 지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불법영상물 업로드 수법이 지능화하면서 적발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감시망을 피해 주말 밤늦은 시간에 잠깐 올리거나, 시간 간격을 두고 재유포하는 식이다. 박성혜 디지털피해자지원센터 삭제팀장은 "9월 기준 센터가 관리하는 사이트만 3만5,000여 개에 이른다"면서 "24시 크롤링 시스템으로 모니터링 요원들의 공백을 메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삭제 요청을 받는 업체들의 비협조도 문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피해 촬영물 유통방지 의무가 있는 곳조차 "불법 판단이 어려우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해 버티기로 일관하기 일쑤다. 여기에 현행법에 사업자의 의무 삭제 기한도 명시돼 있지 않아 피해 확산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빠른 영상 확산 속도와 제도적 제약 등을 감안해 대안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화질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역시 최종 판독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박 팀장은 "피해 사실이 접수되면 3년 동안은 일주일 주기로 사후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업무 전담 정규직은 10여 명에 불과해 1인당 100명 넘는 피해자를 담당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신속하고 완벽하게 피해를 복원하려면 제도 개선과 인력 충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인터넷사업자의 의무조치 기한을 방심위 이의신청 기한과 동일한 15일로 만들어 전기통신사업법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디지털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서버 삭제를 확대하기 위해 국외 유관기관과의 공조 강화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동규 "난 절대 자살 안 한다...화물차 블랙박스 확인할 것"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차량 추돌 사고 후 병상 사진을 공개하며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6일 정치평론가 유재일씨의 유튜브 채널에 자신이 입원한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그는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사고를 계기로 더 강하고 단단해져서 돌아오겠다. 더 신경 쓰고 조심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책임감을 가지고 살겠다. 사실을 사실로 말하는 제 의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재일씨는 같은 날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유 전 본부장이 두통과 요통을 호소하고 있다. 몸이 으스러지게 아프다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유 전 본부장의 건강 상태를 전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 의왕시 봉담과천도시고속화도로 봉담 방향 도로에서 대리기사가 운전하던 SM5 승용차를 타고 있던 중 8.5톤 화물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 후 일각에서는 기획된 사고가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7)씨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 전 본부장 교통사고 소식을 공유하며 "이렇게 사람 입을 틀어막는구나. 나도 OOO의 녹취를 깠다가는 죽이려고 하는 거 아닌지"라고 적었다. 하지만 경찰은 화물차와 승용차가 동시에 차로를 변경하다 부딪힌 사고이며, 트럭이 간발의 차로 2차선에 먼저 진입해 유 전 본부장 차량 측 과실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5일 연합뉴스TV에 "다음 주 중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깡통시장 방문한 이재용 '쉿' 사진 화제… 패러디물 등장

6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익살스러운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이날 윤 대통령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싸늘해진 부산·경남(PK)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등 100여 명을 대동하고 부산을 찾았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회장이 카메라를 향해 코를 찡긋하고 웃으면서 오른손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는 '쉿'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이 회장이 부산 깡통시장에 방문했을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엄숙한 표정과 달리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패러디물도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이 회장과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사진을 합성한 '동생 몰래 신라호텔 계산 안 하고 도망가기'라는 문구를 적은 패러디물 등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회식 2차 가기 싫어서 조용히 집에 가는 대리님 표정 같다. '부장님한테는 비밀로 해줘' 이러는 것 같다", "무슨 상황이길래 저런 포즈를 했는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 회장님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며 "시장 전체가 대통령님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그 사이를 뚫고 유독 이 회장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가는 곳마다 '사진 찍자, 악수하자'고 하시는 통에 아마도 주변에 대통령님 계셔서 소리 낮춰 달라고 하신 포즈가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뿐 아니라 김동관 한화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시장 안 떡볶이집에서 떡볶이와 빈대떡을 먹는 장면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이 회장은 떡볶이를 맛있게 먹다가 상인에게 어묵 국물을 요청했다. 반면 김동관 부회장은 윤 대통령 옆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누리꾼들은 "누구는 즐기고 있는데 누구는 '억지춘향'으로 온 것 같다", "총수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의 민심 위로 현장에 재계 총수들이 사실상 '차출'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글로벌 경영을 고민해야 할 한국 재계 인사들을 불러다가 입맛에 맞지도 않는 떡볶이를 먹는 건 구세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총수들이 붉은 넥타이 매고 부산까지 끌려가서 떡볶이 먹는 상황이 어이없다", "엑스포 유치 실패를 위로한다는 행사가 '떡볶이 먹방'이냐"고 꼬집었다.

교사 '학폭 조사 업무' 해방… 퇴직 경찰·교사 2700명이 사안 조사

새 학기를 맞는 내년 3월부터 학교 안팎의 모든 학교폭력(학폭) 조사 업무는 별도의 학폭 전담 조사관이 전담한다. 퇴직 경찰·교원 등 2,700명이 위촉직으로 전국에 배치돼 일선 교사의 기피 1순위 업무를 도맡는 것이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은 학폭 사안 절차 참여 등 역할이 강화되면서 총 정원의 10%인 105명이 증원된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6일 교원 간담회에서 현재 교사들이 맡고 있는 학폭 사안조사 업무의 경찰 이관 등을 요청받고 개선안 마련을 관계부처에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방안의 핵심은 학폭 전담 조사관을 신설해 사안조사 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전담 조사관은 발생 장소, 사안의 경중에 관계없이 모든 학폭 사안을 조사하게 된다. '학교 밖 폭력만큼은 조사업무 부담을 덜어달라'는 현장 교사들의 요청보다 더 나아간 방안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1차적으로 전담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보고 학교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현행 학폭예방법상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 지속성·보복성이 없는 경미한 사안이면 교장이 피해 학생 측 동의를 얻어 사건을 자체 종결하고 학생 간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학교 자체 해결 요건이 안 되면 관할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제로센터'(센터)로 넘어간다. 이번 방안에서 센터 내 '학교폭력 사례회의'(가칭) 신설이 포함됐는데, 센터장 주재로 전담 조사관과 SPO, 법률 전문가가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검토·보완한다. 센터장은 정리된 결과를 해당 학교에 통보하고 교육지원청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전담 조사관은 2,700명 규모로 배치될 계획이다. 2022년 6만2,052건의 학폭 건수를 감안해 177개 교육지원청마다 약 15명의 신속 대응 인력을 두겠다는 것이다. 수사·조사 경력이 있는 퇴직 경찰관, 학폭 대응이나 생활지도 경험이 풍부한 퇴직 교원 등을 위촉직 형태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SPO는 전담 조사관 지원 업무 등 역할이 강화되면서 현 정원(1,022명)의 10%인 105명이 늘어난다. 1인당 담당 학교가 12곳에서 10곳 정도로 줄어든다. SPO는 학폭 정보 공유 등으로 전담 조사관과 협력하고 학폭 사례회의에도 참석해 전담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보완할 점이 있는지를 살피며, 학폭대책심의위에도 의무적으로 위촉된다. 사안 파악부터 심의 단계까지 두루 참여해 매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안으로 교단의 기피 1순위인 학폭 업무 부담을 덜어내 교사가 본연의 교육에 보다 집중할 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또한 전담 조사관의 사례 조사가 체계적으로 축적되고, 학폭 사례회의가 이를 검토·분석해 처리 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학폭 처리 절차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