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푸틴을 위한, 푸틴에 의한

푸틴의, 푸틴을 위한, 푸틴에 의한

입력
2021.09.26 10:00
25면
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투표소에서 해군 병사들이 차기 하원 의원 선출을 위한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투표소에서 해군 병사들이 차기 하원 의원 선출을 위한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 지인이 말했다. 물론 러시아는 더 이상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공산주의식 계획경제가 포기되고 시장경제가 도입되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공산당 1당 독재 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러시아공산당은 러시아의 유일한 당도 아니고 더구나 국회 원내 제1당도 아니다.

사전적으로 공산주의는 사유재산 철폐 및 생산수단의 공공 소유에 기반한 경제·사회·정치 공동체 형성을 추구하는 이념이라 정의할 수 있으니 일단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위의 정의를 문자 그대로 적용하자면, 사유재산을 허용하고 시장을 도입한 중국도 엄밀한 의미의 공산주의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을 공산주의 국가라고 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바로 공산당 1당 독재 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요소가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도입되더라도, 공산당 1당 독재 체제가 유지되는 한 모든 의사결정은 공산당을 통해 이루어지고 공산당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이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대단히 다른 나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처럼 느껴지는 것은 러시아 정치의 어떤 측면이 과거 공산주의 시절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소련 시절 공산당이 독점적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했던 것처럼 현재의 통합러시아당이 비슷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러시아당 이외의 어떤 정당도 원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은 실로 요원하다. 이와 더불어 푸틴의 통치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야당 및 야권 인사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스탈린의 대숙청에 상응하는 엄청난 규모의 대대적인 탄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소수의 표적이 되는 인사에 대한 탄압 수준은 나발니 사건에서 보듯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로 인해 러시아 국내정치는 전문가들조차 흥미를 잃을 정도로 너무나 뻔해졌다. 이번 9월 총선 결과도 예상했던 그대로다. 올해 초 나발니의 푸틴 비리 폭로에 뒤이어 항의시위가 전국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은 450석 중 324석을 차지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2024년 러시아 대선은 얼마나 다르겠는가? 푸틴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있지 않다면, 결과는 너무나도 예측가능하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푸틴 집권 이후 정치적으로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일까? 이번 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푸틴 정권은 자신의 권력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더 강력한 탄압을 해야만 했다.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 방해, 거부라는 전형적인 방식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발니를 투옥시켰을 뿐만 아니라 나발니의 반부패재단을 불법화하였고, 여기서 제작한 스마트 보팅 앱을 구글 및 애플에서 제거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했다. 또한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허용 가능한 유럽안보협력기구의 선거 참관인 수를 대폭 제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제기구의 선거 모니터링을 배제하였다. 이는 지난 30년간의 러시아 선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하고도 통합러시아당은 지난 7대 총선에 비해 다소 저조한 성과를 거두었다. 비례대표제 정당투표에서 통합러시아당의 지지도는 약 4% 하락하였고, 총의석수는 19석 감소했다. 더 높은 수위의 탄압을 가하고도 7대 총선 때보다 부족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푸틴 체제의 감추어진 취약성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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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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