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폴란드 난민사태, 배후는 러시아?

입력
2021.11.21 10:00
25면

전쟁을 피해 벨라루스로 건너 온 중동 출신 난민들이 15일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인 브루즈기-쿠즈니차 국경검문소 주변 철조망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혀 있다. AP 연합뉴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의 난민 사태가 연일 세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과연 이토록 관심을 받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난민 사태의 핵심은 간단하다. 벨라루스가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난민들을 모집해 자국으로 데려온 뒤 이들을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EU국가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폴란드가 국경 지대에 철조망을 치고 군사력을 배치해 난민들의 불법 월경을 막기 시작하자 충돌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번 난민 사태는 벨라루스-폴란드 간 양자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EU 및 나토의 회원국인 폴란드는 이번 사태를 자국과 EU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벨라루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러시아의 음모로 해석한다. 따라서 벨라루스-폴란드 문제는 러시아-EU의 갈등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벨라루스 및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동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EU 역시 이번 사태를 민주적 EU국가들과 권위주의적 러시아 세력권의 대결로 해석하면서 폴란드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는 동시에 벨라루스에 대해선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

이 와중에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유럽으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관을 잠글 수도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유럽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얘기다. 유럽의 높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이미 여러 차례 그 위험성이 지적되어 왔고,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따라서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은 난민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예민한 이슈다. 특히나 에너지 수급 불균형으로 유럽이 가스, 전력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회담 중 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관건은 벨라루스 및 러시아의 의도성이다. 일단 벨라루스의 경우, 루카센코의 과거 언행으로 볼 때 EU의 대 벨라루스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난민 사태를 만들어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중동 난민들에게 편도 항공권만 있어도 관광 비자를 발급해 줌으로써 난민들을 벨라루스로 불러 모으는 데 국가 기관은 명백히 관여를 했다. 또 벨라루스로선 난민 수용의사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난민들을 EU국가로 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반면 러시아가 이 모든 과정을 조종했다는 '스모킹건'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특수한 관계, 즉 양국 간 연방조약의 존재 그리고 작년 위기에 처했던 루카센코 대통령에 대한 푸틴의 전폭적 지지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관여되지 않았을 수 없다는 주장은 단지 정황적 판단일 뿐이다. 이러한 주장은 푸틴이 루카센코를 꼭두각시처럼 완전히 통제, 조정할 수 있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러나 세계 여느 지도자들의 관계가 그러하듯, 푸틴과 루카센코의 관계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현재는 정통성이 부족한 루카센코가 정권유지를 위해 푸틴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과거 양국 대통령들은 껄끄러웠던 적도 많았다. 또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연방조약 이행 과정에 대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국 이해관계 조율이 늘 쉽지만은 않다.

오히려 러시아는 벨라루스 루카센코 정권에 대한 지지로 인해 리스크를 떠안게 된 측면도 있다. 가스 공급 중단 언급처럼 루카센코가 명백히 러시아와 조율되지 않은 언사나 행동을 할 때, 러시아는 벨라루스가 만들어내는 위기에 억지로 끌려들어 갈 위험성을 안게 된 것이다. 동맹에 '끌려들어 가기' 위험은 약소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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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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