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새, 벌새가 궁지에 몰렸다

가장 작은 새, 벌새가 궁지에 몰렸다

입력
2022.02.15 20:00
25면
벌새

벌새

벌새류는 전 세계에 340여 종이 존재합니다. 가장 작은 조류종 중 하나로 흔히 길이 7~13㎝ 정도입니다. 가장 작기로는 콩벌새가 으뜸인데 10원짜리 동전 두 개 정도에 맞먹는 2g에 불과하죠. 벌을 먹는 것은 아니고, 주로 꽃꿀과 함께 곤충을 먹습니다. 빠른 날갯짓으로 들리는, 붕붕거리는 소리 때문에 허밍버드(hummingbird)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작다고 무시할 새는 아닙니다. 동물계가 가진 웬만한 기록들을 많이 가지고 있죠. 소형종들은 초당 80회까지 날갯짓할 수 있고 시속 54㎞까지 수평 속도를 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 '우사인 볼트'가 순간 시속 45㎞까지 낼 수 있는 것과 비교가 되죠. 날갯짓만 빠른 게 아니고 대표적 상하전후좌우로 비행 가능한 새입니다. 어깨관절이 자유롭고 날개를 들어올릴 때도 양력을 만들어 내죠. 꽃꿀을 먹기 위해 꽃의 방향에 맞춰 몸을 45도 정도로 세우는데 이때 정지 비행과 후진이 가능합니다. 동물계의 드론이죠.

몸 크기는 작지만 엄청난 운동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대사가 빠릅니다. 우리가 매일 햄거버 300개를 먹는 것과 같다죠. 비행할 때 심장은 분당 1,200회가 넘게 뜁니다. 보통 체내 대사율이 높은 동물들은 수명이 짧죠. 가장 작은 포유류인 뒤쥐류는 2년을 넘기기 어려운데 벌새들은 보통 3~5년을 살고, 10년이 넘는 기록들도 있습니다.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지만 고열량 먹이를 먹어야 하죠. 바로 꽃꿀입니다. 체중의 2~5배까지 꽃꿀을 먹기도 합니다. 벌새의 뇌 중 해마(네,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물고기 해마와 닮았다 하여 이름 지었습니다) 부위가 특히 발달하였는데 이는 학습이나 새로운 기억을 담당한답니다. 다른 소형조류와 비교를 해봐도 이 부위가 2~5배가량 더 크다는 거죠. 하루에도 1,000번 가까이 꽃을 찾아야 하고, 계절마다 꽃은 각 지역에서 피고 지기를 달리합니다. 3,200㎞를 거쳐 북미와 중남미를 오가는 철새인 벌새류는 이동 경로상에 있는 꽃꿀을 얻었던 지역을 모두 기억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지요.

벌새는 공진화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도 큽니다. 꽃색만 봐도 그렇지요. 벌새가 주로 수분시키는 꽃들은 곤충들이 알아채기 어려운 색을 내서, 꽃가루받이에 별 역할이 없는 곤충에게 꽃꿀을 도둑맞지 않으려 한답니다. 벌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죠. 또한, 비슷한 벌새종이 있더라도 특정 식물종에 맞는 전문 벌새종으로도 분화를 했다는 점이죠. 즉 꽃의 화관길이나 곡률에 맞춰 벌새종들의 부리 길이나 곡률도 상호 연관을 가지며 균형을 맞춰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벌새들도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하지 못합니다. 뜨거운 한낮, 그늘 밑에서 쉬어야 하지만 이때도 에너지는 빠르게 고갈됩니다. 대사율이 높은 동물은 궁지에 몰리죠. 더 큰 문제는 이동기입니다. 꽃이 피는 지역과 시기를 벌새는 체득하고 있으나, 기후변화에 따라 꽃 피는 시기와 피어 있는 기간이 바뀌면 먼 거리를 날아야 하는 벌새에게는 커다란 난관이 될 것이고, 수분을 벌새에게 맡긴 식물종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대체텍스트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