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8원 생닭이 2만원 치킨으로… '마진'의 연속이었다

1578원 생닭이 2만원 치킨으로… '마진'의 연속이었다

입력
2022.02.17 11:00
수정
2022.02.17 19:42
1면
구독

[치킨 공화국의 속살]
농가, 500원 병아리 한달 키워 1578원 납품
계열회사는 도계·가공… 3217원 신선육으로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 5557원에 공급
가맹점서 재료 추가 조리… '2만원 치킨'으로
최근엔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어깨 짓눌러

지난달 26일 경북 상주의 한 육계농장에서 병아리가 계사에 도착해 '입추'를 기다리고 있다. 상주=조소진 기자

삐약뺙뺙뺙.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경북 상주의 한 육계농장. 5톤짜리 흰색 트럭 문이 열리자 병아리 울음소리가 삽시간에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병아리를 계사에 넣는 '입추' 첫 회전에 도착한 병아리는 총 4만1,800수. 사육실에서 갓 태어나 털이 덜 마른 병아리들이 100마리씩 노란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있었다.

병아리 박스는 순식간에 계사 안으로 옮겨졌다. 찬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에 1.5톤 트럭이 계사 안까지 들어갔고, 인부들은 연신 병아리를 날랐다. 계사 내부 온도는 35도. 닭은 땀샘이 없고 온몸이 깃털에 덮여 있어 체온 조절에 취약한 탓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적절한 온도를 설정해야 한다. 이 농장에는 이날 3차례에 걸쳐 총 12만 4,000마리의 병아리가 입추했고, 계사 5곳에 2만~3만 마리씩 흩뿌려졌다.

지난달 26일 경북 상주의 한 육계농장에서 병아리가 계사에 넣어져 있다. 상주=조소진 기자

병아리 한 마리 가격은 500원. 입추 당시 50g이 안 되는 병아리들은 한 달 뒤에는 1.5㎏까지 자란다. 몸무게가 30배 정도 불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병아리가 우리 식탁에 오를 때면 가격도 40배가 뛰어 2만 원짜리 치킨이 된다.

가격이 이렇게 껑충 뛰면 여러 단계에서 투입된 비용을 감안해도 돈 버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치킨 산업을 호황이라고 하는데, 그 혜택은 모든 종사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3~15일 기준, 정부 축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신고된 △위탁생계가격(농장→계열회사)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구매가격(계열회사→본사) △프랜차이즈 가맹점 구매가격(본사→가맹점)을 비교해 유통 단계별로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정밀 추적해봤다.


육계농장 → 계열회사: 1,578원

지난달 26일 경북 상주의 한 육계농가에 계열회사에서 보낸 병아리가 도착해있다. 상주=조소진 기자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육계 산업은 하림과 마니커 등 '인티그레이션'(인티 회사 또는 계열회사)으로 불리는 닭 공급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계열회사에 의한 닭 출하 비율은 96.4%에 이른다. 사실상 농가에서 키운 닭이 모두 계열회사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농가는 계열회사가 정해주는 대로 병아리를 공급받아 보통 33일 동안 키워 납품한다. 농가는 그 대가로 위탁 수수료를 받는다. 계열회사는 닭을 키우는 데 필요한 배합사료를 농가에 공급하는데, 1㎏을 살찌우는 데 필요한 사료량(사료요구율)까지 체계적으로 정해져있다. 약품비, 깔짚비, 난방비 등과 관련한 기본금액도 농가에 지원한다. 다만 추가 비용은 농가가 따로 부담해야 한다.

농가에서 닭을 키워 계열회사로 납품하면 생계값을 받게 되는데, 계열회사에서 대준 병아리값과 사료비를 제하면 농가 소득으로 잡힌다. 계열회사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항목도 다양하다. 회사에서 원하는 닭의 무게만큼 빨리 키울수록, 사료를 덜 먹여 사료요구율이 낮을수록, 병아리 생존율이 높을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받게 된다. 농가에선 이렇게 1년에 6번 정도 닭을 키워 납품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13~15일 기준으로 농가들은 닭 1㎏당 평균 1,578원을 계열회사에서 받았다.

계열회사→프랜차이즈 본사: 3,217원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의 한 육계농가에서 출하를 앞둔 닭의 모습. 이 닭은 32일령으로 다음날 계열회사에서 실어갔다. 상주=조소진 기자

농장에서 33일 정도 키워진 닭은 계열회사가 모두 가져간다. 계열회사는 닭을 도살해 처리하는 도계장과 가공공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생산-가공-판매'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정부의 축산물 유통정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계(屠鷄) 비용은 한 마리당 평균 428.9원이 든다. △계근료 3.3원 △상차비 22.7원 △생계운송비 88.7원 △도계비 307.9원 △검사 수수료 6.3원을 합친 금액이다. 닭의 무게를 재고, 트럭에 싣고, 계사로 옮기고, 전기로 죽여 털을 뽑고, 질병을 검사하는 과정에 드는 비용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가공 단계에선 닭 한 마리를 몇 조각으로 자를지, 어느 부위를 절단할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닭 한 마리 기준으로, 교촌은 21조각, bhc는 14조각, BBQ는 8조각을 낸다. 염장(소금에 절이는 과정) 과정과 절단비에는 한 마리당 평균 500원 정도가 든다.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계열회사의 간접비는 348원 정도다.

결국 도계와 가공비용, 운송비 등을 종합하면, 계열회사는 한 마리당 1,000~1,400원이 생산비로 들어가는 셈이다. 지난달 13~15일 기준으로, 계열회사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판매한 닭 1㎏당 평균 가격은 3,217원이었다.

농가에 닭값으로 1,578원을 지급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3,217원에 판다면, 생산비와 가공비용 등을 빼더라도 제법 남는 장사 아닐까. 하지만 계열회사들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계열회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가장 큰 고객이지만, 구입 희망가가 워낙 낮아 납품할수록 손해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 가맹점: 5,557원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계열회사로부터 도계, 염장 등이 완료된 상태의 닭을 사온 뒤, 가맹점에 판매한다. 배우한 기자

계열회사에서 가공돼 포장까지 마친 신선육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거쳐 가맹점으로 공급된다. 닭 가격은 그날그날 달라지는데, 본사가 변동 시세로 계열회사와 계약하기 때문에 가맹점이 본사에서 구매하는 가격 역시 달라진다.

치킨 3사 가맹점에서 입수한 거래명세표에 따르면, 가맹점이 본사에 지불한 신선육 한 마리 가격(올해 1월 13~15일 기준)은 평균 5,557원이었다. 신선육 한 마리와 중량이 같다면 다리나 날개 등 부분육 가격은 더 비싸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특수 부위는 7,000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며 “한정된 부위이고 인기도 많아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게는 50여 곳의 계열회사와 계약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프랜차이즈 본사는 ‘규모의 경제’로 저렴하게 사들인 신선육에 적당한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다. 닭은 본사를 통해서만 사야 하는 재료이기 때문에 가맹점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유통 단계별 가격을 봐도 ①육계농장→계열회사: 1,578원 ②계열회사→프랜차이즈 본사: 3,217원 ③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5,557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본사는 특별한 가공 없이 가맹점에 판매만 하는 데도 2,340원이 남는 셈이다.

다만 이 금액이 모두 본사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소매 유통업이 본질인 프랜차이즈업계는 이 차액을 판매관리비, 광고비, 연구개발비 등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일부 회사처럼 본사에서 유통 마진을 극대화하려 한다면, 가맹점과 소비자는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튀김옷을 입은 닭 조각이 튀김기에 넣어지고 있다. 배우한 기자


가맹점: 2만 원에 팔면... 남는 건 1000~2000원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의 소비자 가격 2만 원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가맹점에서 부담하는 재료비는 1만 원을 웃돈다. 닭고기(5,200~5,800원)와 오일(1,000~2,000원), 프라이드 튀김반죽과 소스(1,500원), 포장박스와 봉투, 치킨무, 음료(1,500원) 등은 무조건 본사를 통해 사야 한다.

최근에는 배달료 부담이 점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고객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할 때마다 중개수수료와 결제정산 수수료 등 플랫폼 수수료만 1,800~2,500원이 나간다. 단건 배달 경쟁이 심해지면서 라이더 운임비도 2,000~6,000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임차료와 인건비 등 매장 운영비를 제하면, 치킨 한 마리를 판매한 점주가 손에 쥐게 되는 돈은 1,000~2,000원 정도다.

서울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치킨이 튀김기에서 건져 올려지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상주에서 만난 육계농가 김모(39)씨는 ‘치킨값 2만 원’ 이야기를 꺼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러면서 치킨만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김씨는 “치킨 가격이 오르면 뭐하나. 병아리 키우고 치킨 파는 사람은 더 힘들어졌는데. 대형 계열회사와 프랜차이즈 본사, 플랫폼 기업만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길음동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10년째 운영하다가 지난달 문을 닫은 A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치킨집이 코로나로 특수를 맞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돈은 누가 벌어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상주= 조소진 기자
이정원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