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에 배달 플랫폼 '횡포'까지… '치킨게임' 해법 있을까요

'출혈경쟁'에 배달 플랫폼 '횡포'까지… '치킨게임' 해법 있을까요

입력
2022.02.18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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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공화국의 속살]
전국 치킨집 2만7000개… 증가 추세
차액 가맹금 논란에 배달 수수료까지
"프랜차이즈 본사 물류 마진 공개하고
정부는 마진 적절한지 모니터링해야"

서울 시내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치킨이 튀겨지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인천 부평구에서 7년째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먹고살기 위해' 치킨집을 열었다. "일하다가 잘못 되면 치킨집이나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어요. 머리에 떠오르는 게 치킨집밖에 없더라고요."

김씨에게 '7년이나 장사할 정도면 이 일에 만족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정반대 대답이 돌아왔다. "가게를 양도하고 싶은데 인수자를 못 찾아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먹고살려고 시작한 일인데, 만만치 않더라고요."

치킨이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영업의 '마지막 보루'라는 치킨가게도 빠르게 증가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단기간에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점주들의 비명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2만8000개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만7,667개에 달해 2년 전보다 10%가량 증가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주요 3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8년에는 △교촌 1,073곳 △bhc 1,469곳 △BBQ 1,636곳이었지만, 2020년에는 △교촌 1,269곳 △bhc 1,619곳 △BBQ 1,746곳으로 늘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렇다면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자영업자들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킨은 외식 메뉴 가운데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일주일 정도 배우면 바로 돈벌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한 가맹점주는 영업 전에 가맹비와 교육비, 개점행사비와 계약이행보증금 등을 본사에 내야 한다. 주요 3사가 지난해 정보공개서를 통해 밝힌 프랜차이즈 창업 비용을 계산해보면, 적게는 4,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2,000만 원 정도였다. 교촌은 △표준형 1억1,900만 원 △특수형 3,907만 원, BBQ는 △치킨&비어형 1억950만 원 △BSK형 5,895만 원, bhc는 △비어존형 1억885만 원 △딜리버리형 6,867만 원 정도였다.

같은 브랜드끼리 경쟁도… 배달 앱은 '흐뭇'

서울 시내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치킨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치킨집이 전국 방방곡곡에 우후죽순 생기면서 가맹점 사업자들은 ‘을들의 싸움’에 말려들기도 한다. 가맹점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 안정적인 영업지역이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길음1동은 서로 다른 치킨 가맹점만 20곳이 넘는다”며 “심지어 어떤 매장은 불과 200m 거리에 같은 브랜드 가맹점이 두 곳이나 더 있다. 이건 정말 다 같이 죽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가맹점은 자신의 영업지역보다 먼 곳에서 주문을 받기 위해 배달 플랫폼에 광고비를 더 쓰기도 한다. 배달의민족 광고 시스템 '울트라콜'이 대표적이다. 울트라콜은 가맹점이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반경 2㎞ 소비자에게 상호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울트라콜의 원리. 배달의민족 사장님광장 캡처

일부 점주들은 최대한 깃발을 많이 꽂아 배달 앱에서 노출 빈도를 높이고 있다. 깃발 하나에 광고비는 한 달에 8만8,000원으로,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20개까지 꽂는 점주들도 생기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예전에는 다른 업체 매장만 신경쓰면 됐는데, 이제는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가맹점 증가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본사에선 매장을 무조건 늘리는 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영업지역이 확보되는 곳에만 점포를 내주고 있다”며 "점포 증가보다는 배달 플랫폼이 점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본사와 가맹점 모두 웃을 수 있으려면

필수구입 품목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액가맹금. 그래픽=김대훈 기자

전문가들은 가맹점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선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사의 주된 수익은 가맹점과의 원부자재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마진'(차액 가맹금)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본사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차액 가맹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상생 파트너'인 가맹점에도 구매 강제 품목의 상하한선과 차액 가맹금의 평균만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bhc 본사의 차액 가맹금이 '18%'에 달한다는 사실도 한국일보가 최근 입수한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김재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은 “가맹점과의 거래 과정에서 본사가 챙겨가는 마진이 적절한지, 정부에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처럼 본사 수익 구조를 로열티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본사의 재료 구매비와 물류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신,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 형식으로 가져간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영세한 가맹점주가 많아 차액 가맹금 제도가 본사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차액가맹금 방식은 결국 가맹본부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본사의 재료 구매비와 물류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신,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 형식으로 가져간다. 우리나라는 가맹점이 본사를 통해 구입한 제품마다 차액가맹금이 붙어 있다. 배우한 기자

전문가들은 로열티 제도에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①거래가 투명해지고 ②가맹점 매출에 본사 이익이 연동돼 가맹점 수익 극대화를 위해 본사도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가맹사업 특성상 품목마다 이윤을 계산하다 보면 오히려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본사가 가맹점에 브랜드 가치가 높은 사업을 제공해 영업권을 공유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점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려면 본사는 원가와 물류비를, 가맹점은 매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가맹점주는 "이미 차액 가맹금으로 적지 않은 돈이 본사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차라리 로열티 제도가 투명해 보인다"며 "요즘에는 신용카드와 배달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기 때문에, 가맹점에선 감출 수 있는 매출 정보도 없다"고 밝혔다.


조소진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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