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싶은 이미지와 실제 평가되는 모습이 다를 때

입력
2022.03.16 14:00
수정
2022.07.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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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치심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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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은 자신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결핍된 존재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치심은 자신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결핍된 존재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부끄럽고 창피한 기분을 동반하는 수치심은 자신이 타인에 비해 약하고 어리석고 열등하다고 판단할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대부분 자신이 보이고 싶은 자아 이미지와 실제 평가되는 자아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수치심을 경험합니다.

심리학계에 따르면 수치심은 분노보다 화력의 세기가 덜하나 자신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결핍된 존재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합니다. 가해자는 외부에 있는데 엉뚱하게도 나의 공격은 내부에 있는 자아로 향하게 되는 상황에 빠지고 말죠.

예를 들어볼까요. 수지씨는 최근 친구들과 호텔 레스토랑에 갔는데 보세 코트를 입고 나갔어요. 레스토랑 웨이터가 코트를 받아준다길래 별생각 없이 벗었는데 그 웨이터가 코트의 태그가 보이게 옷을 정리한 겁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유명 브랜드 옷을 입고 왔다는 것을 알고 식사 시간 내내 수지씨는 기분이 상했습니다. 왠지 웨이터는 수지씨에게만 무례하게 대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이는 수지씨가 옷의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한 경우입니다. 명품을 입은 친구들과 보세를 입은 나. 이렇게 세상을 바라볼 경우 수치심은 어느 순간 수지씨의 눈과 귀를 막아버릴 수밖에 없죠.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유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시선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 발행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 발행

수치심은 비교적 깊은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가족 내 비교를 당하거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한 경험, 심지어 존재마저 부정당한 경험들이 뿌리를 이루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뿌리에 자극을 주는 순간, 잠자고 있던 수치심이 고개를 듭니다.

수치심이 자극되면 우리는 그 뿌리가 만들어졌던 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해버립니다. 그러고는 그때 느꼈던 수치와 모멸의 감정으로 현재 상황을 해석하게 되죠.

만약 웨이터의 태도가 진실로 무례했다면 그의 무례한 태도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내 옷을 향한 것입니다. 정정엽 정신과 전문의는 "상대의 무례는 상대의 부족한 점으로 놔둘 수 있어야 한다"며 "겉모습만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모자란 사람 때문에 나의 소중한 시간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참고 문헌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다산초당 펴냄), 정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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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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