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대상에서 돈 되는 산업으로…우주의 변신

탐구 대상에서 돈 되는 산업으로… 우주의 화려한 변신[이코노픽]

입력
2022.08.17 16:00
24면

2015년 로켓 재활용 성공 후 비용 급감
“우주산업 규모 10년 내 1820조원” 전망도
관광, 자원, 위성 활용 등 관련 산업 급팽창

편집자주

다양한 경제, 산업 현장의 이슈와 숨겨진 이면을 조명합니다.

한국 최초의 달탐사 궤도선 다누리호가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뉴시스

#. 한국 최초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 발사 성공 직후인 지난 7일 조성경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은 “차세대 발사체와 달 착륙선, 달 탐사 로버(탐사 로봇) 기술 개발을 포함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가칭)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촘촘한 우주개발 전략을 수립, 즉시 실행에 돌입하고자 한다”며 “차세대 발사체는 2031년 개발 완료, 달 착륙선은 2024년 개발 착수를 목표로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우주경제 육성 기대감에 8일 주식시장에서는 우주ㆍ항공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09% 뛰어오른 것을 비롯, 제노코(9.39%), 쎄트렉아이(7.78%), 세원이앤씨(7.23%), 한국항공우주(6.99%), LIG넥스원(6.09%) 등도 크게 올랐다.

세계 각국의 우주 개발 동력이 오랜 자존심 싸움에서 경제성장과 수익창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이제 우주는 더 이상 밤하늘의 별처럼 그저 궁금해하던 대상이 아니다. 500년 전 유럽인에게 아메리카 신대륙처럼, 선점하는 자가 막대한 부를 독차지하는 기회의 공간이 됐다.

변화의 계기는 기술 혁신이다. 인류는 이미 1950년대부터 지구 밖 공간을 드나들었지만 비싼 돈을 들여 나가봐야, 그동안은 이렇다 할 이익이 없었다. 1969년 소련에 앞서 달을 찍고 돌아온 미국조차 “우리가 더 뛰어나다”는 우월감 외에 남은 건 달에 세운 깃발과 가져온 돌과 흙 정도였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최근 수년 사이 우주로 나가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우주는 무한한 자원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달처럼 가까운 곳은, 당장 선점하지 못하면 영원히 차지할 수 없을지 모른다. 우리에게도 우주 개척은 어느새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투자은행(IB)들의 세계 우주산업 규모 전망


우주산업 패러다임 바꾼 결정적 사건

지난 5월 미국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2040년까지 전 세계 우주산업의 시장규모가 1조 달러(약 1,300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앞서 미국우주재단이 측정한 2020년 기준 세계 우주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2010년보다 70% 성장한 4,240억 달러(551조 원)였는데 여기서 2배 이상 더 커진다는 전망이다.

더 공격적인 추정도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2030년 1조4,000억 달러(1,8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2020년 전망했다. 코로나19 와중 세계적인 주식시장 호황을 타고 우주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확 달라진 금융시장의 시선에는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2015년 11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의 우주 발사체 ‘뉴 셰퍼드’가 지구와 우주 경계선인 이른바 ‘카르마 라인(고도 100㎞)’에 도달한 뒤 다시 하강해 착륙에 성공했다. 한달 뒤인 그해 12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발사한 ‘팰컨9’은 고도 200㎞까지 비행하고 착륙해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 두 혁신 기업이, 인류 최초로 사용된 발사체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재사용 로켓’ 시대를 연 순간이었다.

로켓 재사용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그간 우주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막대한 비용이었다. 기술개발비, 발사대 제작비, 로켓 발사비, 탑재체 제작비 등을 합치면 통상 수천억에서 수조 원이 든다. 특히 한 번 쓰면 버려지는 로켓 비용이 문제였다. 마치 서울에서 제주 가는 비행기를, 갈 때마다 새로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로켓 재사용이 가능해지면,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고정비가 급감해 로켓 발사는 물론 우주산업의 전반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발사 횟수마다 커지는 로켓 마진율

실제 지난해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 11회째 발사, 누적 로켓 회수 100번 돌파, 총 회수 성공률 90% 등의 신기록을 우르르 쏟아냈다.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시 ‘비용 대비 누적수익 마진율’은 1회 발사 때 18.5%에 그치지만 10회 발사 때는 59%까지 수직 상승한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는 2018년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하나의 로켓이 퇴역하기까지 최대 100회까지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현재 1단 로켓 위주인 회수 및 재사용이 앞으로 2단 로켓, 탑재체 등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높다. 최종적으로는 회수한 로켓을 재정비하지 않고 연료만 주입해 곧바로 발사해 비용을 극소화하는 ‘제로 리퍼비시(사용된 로켓의 마모ㆍ파손 부분을 수리ㆍ교체하는 과정)’까지 꿈꾸고 있다.

우주에서만 가능한 ‘노다지’ 사업들

로켓 재사용으로 우주를 오가는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만 가능한 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상상에 그쳤던 관련 신사업의 범위도 무궁무진하게 커질 전망이다. 이미 인류가 근접해 있는 사업만 해도 여러가지다.

다양한 발사체 발전과 함께 그간 ‘탐사’의 대상이었던 우주는 조만간 ‘여행’의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전문 우주비행사 교육을 받고, 1인당 수천만 달러가 들던 국제우주정거장까지 가지 않아도 우주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지구 저궤도에서 90분에 한번씩 지구를 돌며 우주와 지구 표면을 감상하고 무중력 체험을 하는 것이다. 좀 더 먼 미래에는 달(지구에서 38만㎞), 화성(5,600만㎞)까지 다녀오는 여행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 이미 스페이스X, 버진갤럭틱 등은 이런 우주여행 상품을 준비 중이다.

미국의 우주업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호 탑승자들이 8월 4일 비행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루오리진 제공. 텍사스=AFP 연합뉴스

3D 프린팅은 이미 미래 첨단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주에 나가면 훨씬 효율이 높아진다. 즉시 부품 조달이 쉽지 않은 우주에서 3D 프린팅은 혁신적인 기술이다. 특히 조직, 장기 등을 인쇄해 인간에게 이식하는 3D 바이오 프린팅의 경우, 지구상에서는 중력으로 인해 제작 과정에 실패율이 높지만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는 훨씬 성공 확률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는 어마어마한 광물의 보고(寶庫)다. 아직은 발견해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지만, 향후 기술발전이 이뤄지면 지구로 가져오든 우주에서 활용하든 인류로서는 엄청난 보물 창고를 얻게 되는 셈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지구를 멀찌감치 스쳐 지나간 소행성 ‘2011UW158’은 백금 등 귀금속으로 뒤덮여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소행성에서 추출할 수 있는 광물의 가치를 5조3,000억 달러(약 6,890조 원)로 추정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 소행성 집중 분포 지역에 위치한 소행성 ’16 프시케’는 백금, 철, 니켈, 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추정 가치가 무려 123경 원에 달한다고 한다. 달 표면에 존재하는 헬륨3의 양은 최소 1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는 인류가 1만 년간 사용할 에너지원과 맞먹는다.

우주산업에 투자한 갑부들


인공위성의 재발견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이 크게 저렴해진 인공위성 활용 사업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인공위성 개수는 3,372개로, 재사용 로켓이 처음 발사된 2015년보다 2.5배나 급증했다. 이 속도라면 조만간 지구 궤도는 수만 개의 인공위성으로 뒤덮일 전망이다.

6G 이동통신은 늘어난 위성을 통한 대표 사업으로 꼽힌다. 지구 저궤도에 수많은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어디서나 가능한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디서나’는 지상뿐 아니라 해양, 항공까지 포괄한다. 기지국이 없는 육상 오지는 물론, 태평양 한가운데 바다나 수km 상공에서도 현재의 5G보다 5배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간 통신뿐 아니라 사물 간 통신인 Iot(사물인터넷)의 비약적 발전도 가능해진다. 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자율주행 인프라도 지금보다 훨씬 정교해질 전망이다.

저궤도부터 정지궤도까지 수많은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들이 지구 주변을 뒤덮고 있다. ESA 자료

초소형 위성(10~100㎏)을 넘어 나노 위성(1~10㎏) 시장도 활짝 열릴 태세다. 상대적으로 저비용 대량 생산이 가능한 나노 위성은 일반 인공위성이 하기 어려운 우주 비행 임무를 수행해 우주 여러 곳에서 종합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인공위성 보편화 시대의 진짜 위력은 방대한 관측영상과 데이터 활용 사업에 있다. 그간 기상관측, 농작물 작황점검 수준에 머물던 위성 정보 활용 서비스들이 각종 산업 분야로 전방위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면 폭발력은 메가톤급으로 커진다. 인공위성이 매일 촬영해 보내오는 방대한 위성 영상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내려 받고, 이를 AI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정보로 분석해 제공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 오비트인사이트는 위성 데이터를 구매해 미국 주차장의 차량 수를 계산하고, 중국 전역 유류탱크의 저장량을 추정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이처럼 실제 전 세계 항만 선박량을 분석해 물동량을 예측하고, 대형마트 주차장이나 공항의 항공기를 분석해 쇼핑몰과 항공사 매출을 추정할 수 있다. 농작물 작황은 물론, 더욱 정교해진 관찰로 개별 작물의 성장 상태까지 파악해 예상 수확량 정보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김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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