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어도 물가 반영 안돼... 자가주거비 넣어 괴리 줄인다

집값 뛰어도 물가 반영 안돼... 자가주거비 넣어 괴리 줄인다

입력
2022.08.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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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가주거비의 물가 반영 추진
OECD 20개국 자가주거비 포함한 물가 산출
물가 각종 정책에 활용, 관련 부처 동의 필요

통계청이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주택 보유자의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 품목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통계청이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주택 보유자의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 품목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영국 10.1%, 미국 8.5%, 한국 6.3%.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다지만 위 수치를 보면 미국, 영국보단 견딜만 해보인다. 그런데 세 국가 물가를 숫자 그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미국, 영국은 한국과 달리 물가를 산출할 때 주택 보유자의 자가주거비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국제 사회와 발맞춰 자가주거비를 물가에 반영하는 방안에 시동을 걸었다. 통계청 고위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자가주거비를 물가 품목에 넣을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며 "관련 용역 연구를 우선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물가는 458개 품목의 가격과 품목별 가중치 등을 감안해 계산한다. 가중치는 전체 물가 1,000을 기준으로 전세 54.0, 치킨 7.0 등 각 품목마다 다르다. 전셋값이 치킨 가격과 똑같이 2.0% 오르더라도 전체 물가에 끼치는 파급력은 훨씬 큰 점을 반영하기 위한 수단이다.

자가주거비는 본인 집에 사는 사람이 비슷한 주택을 전·월세로 빌릴 경우 예상되는 임대료를 의미한다. 그동안 통계청은 자가 주택 구매를 소비 목적이 아닌 투자 또는 자본재 구입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 물가 품목에 넣지 않았다. 대신 1995년부터 자가주거비포함지수를 개발해 물가를 보완하는 지표로 활용했다.

하지만 자가주거비 제외로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통계청은 개편을 검토하고 나섰다. 현 체계하에선 부동산 구매에 많은 돈을 써 소비를 제약하는 집값 상승을 물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20개국이 자가주거비를 물가에 포함하는 점도 고려했다. 전체 주거 형태의 57.9%를 차지하는 자가 주택은 빼고, 나머지인 전·월세만 물가에 넣는 건 '반쪽짜리 통계'에 그친다는 비판 역시 감안했다.

자가주거비를 포함했다가 자칫 물가가 흔들릴 수 있어 아직 갈 길은 멀다. 특히 물가는 공무원연금, 최저임금, 경제 성장률 등 각종 정부 정책을 마련할 때 토대가 되는 지표라 관련 부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자가주거비 가중치는 현재 가장 큰 전세(54.0)의 다섯 배 수준인 248.3에 달한다. 자가주거비가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자가주거비를 물가 품목에 추가하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자가주거비 기준인 집세(전세+월세)의 현실화다. 당장 2021년만 보면 자가주거비를 포함한 물가는 2.3%로 물가 상승률 2.5%보다 낮았다. 당시 부동산 과열이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통계청은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를 산출할 때 자체 집계한 집세 오름폭(1.4%)을 썼는데, 이는 지난해 집값(9.93%), 전셋값(5.36%) 상승률을 훨씬 밑돌았다. 실제 집값 상승 추세를 반영했을 경우 물가 상승률은 훨씬 높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사진=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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