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유튜버’, 이연이 말하는 혼자를 경영하는 방법 [일잼포인트]

‘직업으로서의 유튜버’, 이연이 말하는 혼자를 경영하는 방법 [일잼포인트]

입력
2022.08.24 14:00
수정
2022.08.24 15: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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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0만 드로잉 유튜버 '생활예술인' 이연 ②


편집자주

‘일잼 포인트’는 ‘일잼 원정대’에 소개된 인터뷰이들의 ‘일하는 자아’를 분석하고, 이들만의 ‘일잘 비법’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연(LeeYeon)으로 살고 있는 생활 예술인 이연수(30)씨가 '이연 스튜디오'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 미술 크리에이터 이연 인터뷰 읽고 오기 (관련기사 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311360005095

80만 구독자 유튜브 채널 ‘이연(LEEYEON)’을 운영하는 생활예술인 이연수(30)씨의 일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명 ‘혼업혼삶’이에요. 그의 일과 삶은 대부분 ‘혼자’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거든요. 혼자 글을 쓰고, 혼자 그림을 그리고, 혼자 촬영을 하고, 혼자 퇴근해서 알차게 저녁밥을 차려 먹는 삶. 오직 연수씨에게 최적화된 업무 환경이죠. 오전은 자신만을 위한 사색의 시간으로, 오후는 타인과의 소통이 필요한 ‘일하는 시간’으로 꾸립니다. 매일매일이 ‘리추얼’로 알차게 채워진 삶이에요.

회사원 시절, 그를 지겨운 우울로 빠져들게 한 건 두 가지였다고 해요. 등 뒤를 지나다니며 남의 모니터를 뚫어져라 곁눈질하는 동료들, 출퇴근길에 땀 냄새를 섞으며 부대끼던 이름 모를 사람들. ‘사회생활하는 직장이라면 공기처럼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낯선 이들에게서 받는 자극에 유독 예민한 성격을 가진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거예요. 이게 얼마나 큰 종류의 스트레스인지를요.

이곳에서 연수씨는 혼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대부분의 일이 '혼자 하는 일'이다. 김하겸 인턴기자

“저는 차가운 사람이라, 지나치게 많은 양기에 둘러싸여 있으면 제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자꾸 음지를 찾아야 해요. 어두운 조명 아래서 혼자 일하는 시간을 좋아해요.” 연수씨가 ‘일하는 형태’ 자체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래섭니다. 사람에게 노출될수록 소모되는 자신의 습성을 고려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죠. 창작에 집중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을 만든 연수씨에게 ‘혼자를 경영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Point 1. 고독은 나의 무기, 창작이 필요한 순간엔 고립돼라!

연수씨의 영상엔 매일의 일상을 단단하게 만드는 한 줌의 철학이 담겨요. ‘드로잉 유튜버’지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자 개성이죠.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만년필로 드로잉하는 법, 수채화 그리는 법을 다루는 대신 삶에서 잔가지를 잘라내는 법, 일상에서 영감을 찾는 법,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법에 대해 말해요. 독백의 재료가 되는 건 대부분 자전적 이야기인데요. 좌절과 권태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들을 때론 용감할 정도로 솔직하게, 또 한편으로 담백한 무던함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채널 이연의 영상 중 일부. 인물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튜브 캡처

사람들은 연수씨에게 자주 묻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력을 보여주시는데, 콘텐츠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세요?” 사실 비법 같은 건 없다고 해요.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것처럼 책을 엄청나게 읽는 다독(多讀)가도 아니고요. 중요한 창작의 원천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 살아가요. 나랑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은 오롯이 ‘고독할 때’에만 생기죠. 그게 모든 창작의 기본이 되고요. 창작자가 되고 싶다면 혼자된 감각을 잘 누려야 해요. 다만 자주 혼자가 되면 우울해지기 쉬워요. 나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싫은 면이 더 선명하게 보이니까. 하지만 누드 크로키를 그릴 때처럼 벌거벗은 나도 담담하게 관찰하듯이 보다 보면, 아무렇지 않아지기도 해요. 예기치 못하고 힘들고 슬픈 일을 겪어도 그것 역시 언젠가 이야기의 땔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지기도 하고요.”

연수씨가 직접 만든 '자기만의 방'인 이연 스튜디오. 이연수 제공

그래서 연수씨의 일주일치 일정엔 ‘고독할 시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요. 비즈니스 미팅과 강연으로 늘 외부 일정이 많지만 평일 5일 중 이틀은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해요. 그래야만 원하는 창작의 양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 사이에서 흘러간 대화를 곱씹기도 하고,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감정의 발원지를 깊게 파고들며 사색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본 영화가 던진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홀로 된 시간은 곧 영감의 금고를 차곡차곡 채우는 시간이라고 해요.

“창작자의 영감 금고는 언제나 두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메모를 부지런히 해요. 반짝이는 생각의 순간들을 잡지 않으면 금세 사라진다는 걸 너무 많이 경험했거든요. 잡아둔 만큼 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Point 2. 나 홀로 일하고 있다면? 대표의 자아와 직원의 자아를 동시에 가져라!

연수씨는 ‘이연 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입니다. 혼자 운영하는 회사의 ‘나 홀로 일꾼’이다 보니 ‘혼자를 경영하는 방법’에도 원칙을 세웠다고 해요. 그것은 바로 ‘대표의 자아’와 ‘직원의 자아’를 균형감각 있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만약 대표의 자아가 지나치게 강해진다면 일을 많이 받을 겁니다. 그러면 직원의 자아가 무참히 혹사당해 나가떨어지겠죠? 반대로 하염없이 게을러지려는 직원의 자아가 강해지면, 회사의 살림이 궁핍해질 거고요. 물론 연수씨는 대표일 때도, 직원일 때도 대체로 욕심이 많은 편이라 언제나 ‘일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합니다.

연수씨가 직접 그린 드로잉 작품들. 이연수 제공

저는 대표로서 직원을 아끼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표도 직원도 다 저 혼자 하니까 더욱 신경 써야 해요. 자칫 잘못하다간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일이 물밀듯 들어와도 대표로서 직원을 지키기 위해 ‘안 됩니다!’라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해요. 직원이 삼시세끼 먹는 거 잘 챙겨주고, 때 되면 꼬박꼬박 휴가도 보내주고요. 꽤 오래 막내 회사원으로 살아서인지, 일에 파묻힌 을(乙)의 노고와 슬픔을 잘 알아요. ‘승진한 지 얼마 안 된 대표’의 마음으로 그걸 헤아리려고 노력하죠.

연수씨는 모니터에 항상 월 단위 캘린더와 하루 단위의 투두 리스트를 함께 띄워두는데요. 연수씨의 설명에 따르자면, 캘린더는 대표의 시야고 투두 리스트는 직원의 시점이라고 해요. 대표는 월 단위 일정을 관리하며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는 한편, 직원은 매일매일 해내야 할 실무를 보는 겁니다. 크게만 보면 작은 걸 놓치고, 작은 것에만 매몰되다 보면 큰 그림을 못 볼 수 있으니 매일 이 두 개의 ‘시간 축’을 함께 확인하는 거죠.

연수씨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책상에서 연필 드로잉을 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1인분의 회사를 효과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선 일단 들어오는 일을 거르는 ‘거절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고 합니다. 연수씨는 ‘이연 스튜디오’를 세우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자잘하고 규모가 작은 일들은 이제 하지 말자.’

“처음 혼자서 일을 시작할 땐 어떤 일을 의뢰하든 그저 고마워서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넙죽 받았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보니 안 해도 되는 일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회사에서 깨달은 건데요. 한 번 사사로운 잡일을 하기 시작한 사람은 결국 계속 작은 일만 도맡아서 하게 돼요. 그런 일을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건 커리어에 결코 좋지 않거든요. 결국엔 제대로 된 굵직한 일들을 맡아야 선명하게 각인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일을 받아요. 아무리 높은 단가를 제시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연이 만들어 온 브랜드 이미지에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거절을 하고요. 단가가 기준치에 다다르지 못할지라도 저에게 흥미가 있거나, 구독자들이 열광할 만한 일이라면 꼭 해요.”


Point 3. ‘배우는 마음’을 유지하라

연수씨는 요즘 현직 배우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지난해엔 현업 타투이스트에게 ‘피부를 캔버스 삼아 그리는 법’을 배웠고요. 4년 전 수영을 시작한 후로는 매년 자전거나 요가를 새롭게 배워 심신을 단련하는 일상에 변주를 줬습니다. 배우는 상태를 일상의 기본값으로 유지하는 건, 창작자로서 주기적으로 내면을 ‘환기’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묵은 공기를 빼내고 신선한 바람을 채워 넣어 새로운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비옥한 상태를 만드는 과정이죠.

지난해 연수씨는 '타투하는 법'을 배웠다. 공부한 내용이 노트에 빼곡히 적혀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4년 전, 첫 회사를 퇴사했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수영이었어요. 동네 수영장에서 새삼 깨달은 게 ‘80대 할머니들이 너무 젊다’는 거였어요. 저희 양가 조부모님은 모두 70대에 돌아가셔서 그런 풍경 자체가 너무 생소한 거예요. 이야기를 나눠봐도 이분들이 할머니처럼 느껴지지가 않는 거죠. 왜 그런가 했더니 하나같이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더라고요. 주변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어른들은 전부 뭔가를 계속해서 배우는 사람이었어요. 자기 분야에서는 누구나 다 능숙한 전문가일지 몰라도, 새롭게 배우는 분야 안에서는 언제나 초심자가 되니까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젊어지는 거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란, 여름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유행에 예민하게 올라타야 하는 일이기도 해요. 연수씨는 그 ‘민감함의 감각’을 만들기 위해 자꾸 ‘초보심’을 불러옵니다. 쉽사리 늙지 않는 젊은 마음은 사소한 자극도 좋은 영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이야기를 했대요. ‘창작은 너무나 유해한 일이라, 창작자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요. 저는 제가 가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창작의 영역에 침범해서 망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려면 일단 건강해야 하거든요. 배우는 건, (건강해지기 위해) ‘재미’로 하는 일이기도 해요. 나이가 들어도 새롭게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이것 봐! 나 이것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전하기 위해 계속 배우는 것 같아요.”

※ 크리에이터 이연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9월 둘째 주 '한국일보 밀크티'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밀크티MilKT_HK)에 업로드됩니다.


▶ 미술 크리에이터 이연 인터뷰 읽고 오기 (관련기사 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31136000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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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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