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비속어 아닌 한미동맹 훼손”…연이틀 '발언 왜곡 프레임' 고수하는 대통령실

입력
2022.09.27 18:00
수정
2022.09.27 22: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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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비속어 발언 논란과 관련해 ‘발언 왜곡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정국이 시계 제로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27일 특정 언론의 ‘발언 왜곡’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국 국회를 겨냥해 '이 XX'라고 비속어를 썼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공을 넘겨 받은 여야가 ‘MBC 오보 공세’와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로 맞불을 놓으면서 비속어 발언 논란은 출구 없는 정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우리의 최우방 동맹국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라고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비속어 논란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지금 일부 언론에서 이것을 비속어 논란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비속어가 논란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유감 표명이든 그 이상이든 주저할 이유도 없고, 주저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저희가 심각성을 가지는 것은 비속어 논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적어도 윤 대통령이 ‘이 XX’ 발언에 대해서는 반성이나 사과의 뜻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에 맞서, 언론의 왜곡 보도를 논란의 원인으로 거듭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왜곡 보도’ ‘동맹국 폄훼’ 프레임으로 역공을 선택한 데엔 이번 논란의 배후에 ‘대통령 흔들기’ 시도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황상 순방 기자단이 아닌 다른 곳에서 먼저 이 같은 사실이 유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선행한 뒤 유감 표명이나 대국민 메시지가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전날엔 MBC에 이번 보도 경위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대통령실은 질의서에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MBC는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날을 세우며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 대신 진상 규명이 먼저라거나 특정 언론과 야당이 유착됐다는 식의 대통령실 대응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크다. 방송기자연합회 등 현업 언론단체는 이날 “가짜뉴스, 좌파언론 운운하며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을 반대 진영의 계획된 공격이라는 진영논리와 음모론으로 덧칠해 보려는 뻔하고 낡은 초식의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진상 규명’을 강조하면서도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실제로는 어떤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알려진 발언을 전문가에게 의뢰해 ‘바이든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자체 결론을 내렸으나, 이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이 XX들이’ 발언에 대해선 대통령실도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진상 규명과 관련한 법적 대응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여권과 시민단체발 법적 조치에 대한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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