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우영우는 학대받는 존재… 학대 장애인 74%가 발달장애인

입력
2022.09.28 16:41
수정
2022.09.28 16:54
10면
구독

발달장애인, 학대 피해 비중 가장 높지만
본인이 직접 신고해야 하는 게 현실
신고 건수 18%↑…장애인 인식 변화 효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들은 현실 속에서 학대에 시달리는 존재였다. 학대받는 장애인 10명 중 7명은 발달장애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28일 공개한 '2021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대 피해 장애인 중 74.1%(주장애와 부장애를 합친 비율)는 발달장애인이었다.

장애 유형별(주장애)로 보면 지적장애 67.7%, 자폐성장애 4.1% 등 발달장애(71.8%)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지체장애 6%, 뇌병변장애 5.5%, 정신장애 4.4% 순으로 학대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이 어렵고 정신적·지적 연령이 낮은 장애인들이 학대에 더 쉽게 노출된다는 의미다. 복지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발달장애인들을 '학대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집중 관리한다.

2021년 학대 피해장애인 장애 및 학대 유형별 비중. 보건복지부 제공

2021년 학대 피해장애인 장애 및 학대 유형별 비중. 보건복지부 제공

발달장애인들은 경제적 착취에도 유독 취약했다. 학대 유형으로 보면 경제적 착취가 두 번째로 높았는데, 그 대상은 대부분 발달장애인의 한 분류인 지적장애인이었다. 경제적 착취 유형 중 가장 많은 건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노동력 착취(10.1%)'였는데, 노동력을 착취당한 장애인 중 77.2%가 지적장애인이었다.

학대 유형으로는 신체적 학대가 27.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경제적 착취 24.9%, 중복 학대(여러 학대 유형이 동반되는 경우) 20.8%, 정서적 학대 11%, 성적 학대 10.1% 순이었다.

학대 건수 1124건, 11.5%↑… 15%가 18세 미만 아동

지난달 24일 정은혜 작가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은혜씨의 포옹'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정은혜 작가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은혜씨의 포옹'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와 학대 의심 사례, 실제 학대 판정 사례 모두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드라마 우영우와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씨(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 등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장애인 학대 신고 건수는 4,957건으로 2020년보다 17.8% 증가했다. 이 중 학대 의심 사례는 2,461건(49.6%)으로 전년보다 18.9% 늘어났다. 학대로 확정된 사례 역시 1,124건으로 전년보다 11.5% 증가했다. 복지부는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와 발굴이 적극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장애인 학대 사례 판정 결과. 보건복지부 제공

2021년 장애인 학대 사례 판정 결과. 보건복지부 제공

연령별로는 18세 미만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가 전체의 14.8%를 차지했다. 장애아동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43.4%로 가장 높았다. 성인을 포함한 전체 장애인에 대한 학대 행위자 비율도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등 가족 및 친인척이 36.2%로 가장 높았다. 지인에 의한 학대는 20.9%였고 복지시설 종사자는 19.2%였다.

장애인이 학대 직접 신고 18%↑…절반 이상이 발달장애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대 발생 장소는 피해장애인 거주지가 41.1%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전년보다 17.3% 증가한 수치다. 반면 직장(5.2%)에서의 학대는 전년 대비 41.4% 감소했다. 복지부는 "직장 내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의 효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신고의무자 제도는 직무상 장애인 학대를 인지할 가능성이 높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22개 직종)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해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한 것이다.



류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