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연금 개편 과정 모두 공개...우린 그들만의 리그 [리빌딩 국민연금]

입력
2022.10.12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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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개혁 방향부터 선명하게
국민은 개편 과정 모르고 결과만 접해
'불편한 진실', 논의 내용부터 공개해야

일본 후생노동성에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9년 3월 8차 사회보장심의회 연금부회 회의록.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 후생노동성에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9년 3월 8차 사회보장심의회 연금부회 회의록.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에 해당하는 일본 후생노동성은 인터넷 홈페이지 정책자료 메뉴에 국민연금의 현 재정 상황과 향후 재정 검증, 재정계산 리뷰 등의 자료를 정기적으로 올린다. 연금 관련 중요 회의에서 어떤 위원이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기록해 공개한다. 최근 회의록은 물론 과거 연금 관련 이슈도 정리돼 있다. 연금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우리는 어떨까. 국민연금법이 규정한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5년에 한 번씩 총 4회 진행됐다. 이를 토대로 재정계산위원회가 재정 안정 방안과 연금보험료 조정, 연금기금 운용 계획 등을 종합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일련의 과정에 대한 회의록은 공개된 적이 없다. 국민들에게 과정을 생략한 결과물을 내보인 뒤 국회의 법 개정 절차로 넘어갔다.

2003년 1차 재정계산위에서 왜 재정 추계기간을 70년으로 잡았는지, 재정·인구·임금 등과 연계한 연금재정 자동안정장치를 연금선진국인 독일 일본 스웨덴 등이 도입했는데 왜 우리는 그간 논의만 하다 유야무야 됐는지, 정작 매달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은 이유를 모른다.

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로 정해졌는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기준이 유지되는지도 마찬가지다. 간혹 재정계산위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신문 칼럼 등을 통해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편린을 공개하는 정도다. 국회의 요구로 정부가 회의록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요약본에 그치고 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공단 제공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공단 제공

올해 복지부가 5차 재정계산에 착수한 가운데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가 불신 받고 있는 국민연금이 신뢰를 회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참여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두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데 그 안에서 논의되는 걸 국민이 모른다는 것부터 문제"라며 "전체 회의록을 공개하거나 방송 중계를 해서라도 논의 과정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해 연금 개혁을 한다면 '불편한 진실'이 있더라도 터놓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양성일 전 복지부 제1차관도 투명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5월 퇴임한 양 전 차관은 복지부에서 연금정책국장, 인구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며 연금 정책을 다뤘다. 그는 "전문가들은 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없이는 연금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며 "모두를 위해 가장 합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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