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 대폭 올려야… 퇴직금 활용하면 가능" [리빌딩 국민연금]

입력
2022.10.12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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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국민연금] <하> 개혁 방향부터 선명히
연금전문가 김연명 전 사회수석 인터뷰
"국민연금 빈곤 방지서 노후 보장으로
기초연금 더 올리면 연금 개혁 막혀"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 김연명 전 수석 제공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 김연명 전 수석 제공

"국민연금을 중산층의 노후가 충분히 보장되는 제도로 만들려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초연금을 더 이상 확대하면 안 됩니다."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하는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금 과외 교사이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연금 개혁 논의를 주도한 진보진영 대표 연금 전문가가 같은 편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오히려 "이 얘기는 꼭 써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김 전 수석이 기초연금 인상에 강한 우려를 표한 건 국민연금 기능이 지금보다 더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40%로 깎은 2007년 개혁을 거치며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 대신 '빈곤 방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공적연금의 평균 수령액이 약 50만 원인데, 이 돈으로 어떻게 노후를 버티느냐"며 "수십 년간 적립해 받은 연금액과 기초연금이 비슷한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곧 노인이 인구 절반, 연금으로 소비할 수 있게 해야"

지난해 2월 17일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혁신적포용국가미래비전 초청 강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복지 비전: 보편적 사회 보호, 국민생활기준2030에서 보편적 사회보호체계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17일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혁신적포용국가미래비전 초청 강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복지 비전: 보편적 사회 보호, 국민생활기준2030에서 보편적 사회보호체계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연금 역할이 커질수록 국민연금 역할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국민 부담을 덜려면 하나는 기능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능이 후퇴할수록 늘어날 노인 인구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는 "2060년이 되면 인구의 45%가 노인이 되는데, 빈곤한 노인이 많아지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적연금으로 노인을 집단 부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젊은 세대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불만이 쏟아질 수 있다. 김 전 수석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든든한 노후 소득이 생기면 그만큼 소비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구 절반이 노인인데 이들이 소비해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현 9%인 보험료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게 김 전 수석의 생각이다. 1~3%포인트 인상 정도로는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효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퇴직금 일부 국민연금에… 노동자·사용자도 동의할 것"

지난 2019년 7월 3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7월 3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걸 돌이켜보면 보험료율 대폭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제도 개선 위원회'는 2019년 8월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5%'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가까스로 설득했지만, 경제계의 반대로 합의안 도출은 실패했다. 그는 당시 합의안을 만들지 못한 데 대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이 계속된 상황에서 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꺼내자 경제계와 자영업자 측이 반발했다"며 "사용자 단체 측에서 '죽어도 올릴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났다. 지금 입장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사용자 측이 동의하면서 보험료율을 올릴 대안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보험료율을 6%로 올리는 시점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퇴직금전환금에서 각각 3분의 1(2%)씩 부담하기로 설계됐는데, 개혁 과정에서 이 부분이 사라졌다"며 "퇴직금 일부를 다시 국민연금에 붓게 되면 노동자·사용자의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퇴직금을 조정하면 여러 곳에서 반발할 수 있는 만큼, 대대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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