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축복식에 다녀오고 얻은 것

입력
2022.10.22 14: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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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구로구 연동로 성공회대에서 열린 '2022 가을 반려동물 축복식'에서 성직자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축복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기자도 2019년 세상을 떠난 반려견 꿀꿀이 사진을 들고 축복식에 참석했다. 고은경 기자

이번 달에만 종교단체가 주최한 반려동물 축복식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전에 기사를 통해 반려동물 축복식이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대중화됐고 국내에서도 열린다고 소개한 적이 있지만,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독교, 천주교가 개최하는 반려동물 축복식 정보는 대대적 홍보보다는 신자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었다. 축복식이 교단 차원이 아닌 각 목사, 신부의 재량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반려동물 축복식 모두 우연히 참석했다. 지난달 말 평소 관심 있던 집 근처 성당 홈페이지를 접속했는데, 반려동물 축복식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을 보게 됐다. 가톨릭 신자이며 고양이 '집사'이기도 한 지인에게 얘기하니 관심을 보였고, 함께 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미사를 드린 후 성당 측에 참여방법을 묻자 신자가 아니어도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2일 서울 용산구 용산성당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이 열린 가운데 참가한 한 반려견이 윤성호 서울 용산성당 주임신부 앞에 누워있다. 독자 제공

포털사이트에 반려동물 축복식을 검색하니 다른 서너 곳 성당에서도 이맘때 축복식이 열린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10월 4일동물의 수호성인인 아시시(이탈리아의 한 지명)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이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성당에서도 이날을 전후해 축복식이 개최됨을 알 수 있었다.

2일 나의 두 반려견과 함께 참석한 축복식은 성경말씀을 함께 읽고 축복기도를 한 다음 주임신부가 돌아다니며 성수를 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중에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 거북이까지 참석했다는 얘길 들었다. 10분 남짓 진행되는 동안 반려견 '가락이'는 새로운 사람과 친구들을 만나 신이 난 통에 조용히 시켜야 했고, '가람이'가 다른 개에게 으르렁거리진 않을지 노심초사해야 했다. 정신 없이 끝났지만 다녀온 후 가락이, 가람이에게 "너희는 축복받은 개"라고 말을 건넸다. 뭔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2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성당에서 세계동물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열린 반려동물 축복식에서 신부가 개에게 성수를 뿌리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참석 경험을 기반으로 기사를 쓰기 위해 정보를 찾던 중 기독교도 반려동물 축복식을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성공회대와 교회 세 곳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로 살아 있는 동물뿐 아니라 무지개 다리를 건넌 동물, 또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동물은 물건이나 사진을 가져오면 축복해준다고 했다.

3년 전 떠난 반려견 '꿀꿀이'가 떠올라 지나칠 수 없었다. 꿀꿀이 사진과 가락이 목줄, 가람이가 외출 때 착용하는 목 보호대를 가져갔다. 모인 이들은 자신의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새로 태어난 동물과 입양한 동물, 아픈 동물, 학대당한 동물, 동물보호소에 있는 동물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지 않다', '우리는 동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는 설교에 공감이 갔다.

15일 서울 구로구 연동로 성공회대에서 열린 '2022 반려동물 축복식'에 50여 가족이 반려동물과 참석했다. 고은경 기자

살아 있는 동물은 성직자로부터 각각 축복을 받을 수 있었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거나 당일 참석하지 못한 동물은 공동으로 축복을 받았다. 이름표를 미리 내지 못해 세 반려견을 위해 나중에 따로 축복을 받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축복식에 참가하면서 종교를 떠나 내 반려견, 나아가 모든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함께한 시간은 따뜻한 위로가 됐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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