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피하고 '소통' 강조한 미·중 외교장관...정상회담 군불?

입력
2022.11.01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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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왕이 70분 통화
갈등 대신 소통 협력에 무게
바이든-시진핑 '발리 회담' 염두 해석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8월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왕이(맨 앞쪽) 중국 외교부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8월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왕이(맨 앞쪽) 중국 외교부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 뒤 첫 소통에 나선 미국과 중국 외교장관이 '대결' 대신 '협력'을 강조하며 양국 긴장 수위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껄끄러운 대만 문제에 대한 논의 내용은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이달 중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사전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링컨 "양국 협력 요소 있다"...왕이 "갈등 완화해야"

1일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두 장관은 전날 약 70분간의 통화에서 미중관계 전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양측 간 의견을 교환했다. 근본적인 입장 차는 여전했으나 양측 모두 날 선 공격 대신,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며 긴장 관리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많은 분야에서 이견이 있고 미중관계 핵심에 경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경쟁에는 적대적 요소가 있지만 협력적인 요소도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간 갈등을 이완하기 위한 협력 여지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왕 부장도 미국의 '수출 규제' 등 대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미중 갈등을 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충분히 드러냈다. 그는 "중미관계를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는 것이 공동의 이익은 물론 국제 사회의 보편적 기대에도 부합한다"면서 "중국 정책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전략적 의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3연임을 결정한 당대회에서 예고한 중국의 대외 정책이 미국과의 무조건적인 대결을 지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왕이 부장의 발언에 대해 "중국이 당대회 이후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중미관계를 계속 추구할 것임을 미국에 알린 긍정적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대만 논의는 공개 안 돼...G20서 정상회담 가능성 높아

양국 외교 장관은 미중갈등의 최대 뇌관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양측 발표에는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껄끄러운 현안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상호 간 소통 의지를 확인하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 정부는 오는 18~19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특별 손님'으로 참석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코로나19 확산 기간 자제했던 해외 방문 외교를 사실상 재개하는 것으로, 방콕행 직전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발리에 들를 가능성도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G20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지은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3연임 확정이라는 내부 정치를 마무리한 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미중갈등을 적절한 수위에서 관리하려는 게 시 주석의 계획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1일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을 방문 중인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세계 변혁의 시기에 중국과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자국 국정에 맞는 현대화 발전의 길을 찾았지만, 동시에 매우 복잡한 국제 환경과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누구도 우리의 발전을 방해하거나 우리 발전의 제도적 토대를 뒤흔들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회주의 국가 간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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