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커진 물가 공포... 내년 1분기까지 5%대 상승 전망

입력
2022.11.02 17: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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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물가 상승률 5.7% 기록
한은, 내년 1분기까지 5%대 전망
고환율·유가 악재에 확대 가능성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상승폭을 키우면서 고물가 충격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10월 물가 정점론’을 내건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상승폭이 5%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으나, 각종 악재가 쌓이고 있어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요금 인상이 밀어 올린 물가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7% 올랐다.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6.3%)를 기록한 뒤 8월 5.7%, 9월 5.6%로 둔화하다가 석 달 만에 오름폭이 커진 것이다.

상승폭 확대는 공공요금 인상이 이끌었다. 지난달부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7.4원,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메가줄(MJ)당 2.7원 오른 탓에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1% 뛰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는 전체 물가 상승률의 0.77%포인트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한 달 전 기여도가 0.48%포인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물가에 미친 영향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뜻이다.

외식물가 상승률(8.9%)은 전월(9.0%)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국민 음식’인 삼겹살(10.6%)과 치킨(10.3%), 생선회(9.2%)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채소류(21.6%), 가공식품(9.5%) 등 식자잿값이 뛴 게 외식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소폭 오르는 데 그치면서 정부는 10월 정점론에 힘을 싣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물가 흐름을 보면 7월이 물가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대 상승률 안심하기 이르다"

그러나 연고점을 돌파한 환율과 출렁이는 국제 유가 등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소가 산적해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 상승률은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 증대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고환율,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 상방 리스크가 뒤섞여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만 해도 지난달 4.8% 올라 전월(4.5%)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2009년 2월(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건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작용, 물가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물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킹달러’ 현상을 강화해 추가 물가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세종= 변태섭 기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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