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소중립 위해 에어컨 필터 청소했다"는 한수원 사외이사 논란 끝 사의

입력
2022.11.10 12:40
수정
2022.11.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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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결여된 자기소개서 드러나 자격 논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전력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 중인 숙박업소의 에어컨 필터 청소 등을 하고 있다"는 등 부족한 전문성을 드러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외이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1일 한수원 사외이사로 선임된 A씨는 전날 한수원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A씨는 경북 포항 지역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했고 5월부터 지역 언론사 임원을 맡고 있다. 자유한국당 포항북구당원협의회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이나 전력산업 분야 경력이 전혀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A씨의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 계획서에 따르면, A씨는 자기소개서의 지원 동기와 경력을 묻는 문항에 "변화하는 전력산업에 발맞춰 나아가겠다"면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현재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서도 숙소 내 에어컨 필터 청소와 미사용 플러그 뽑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 사용 등 사소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행하고 있다"고 적었다. '전력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라는 한수원 비상임이사 선발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엉뚱한 답변이라는 평가다.

한수원 경영혁신 방향을 묻는 문항에 대해선 "현재 운영 중인 숙박업소가 '2019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예방 지원사업' 우수업소에 선정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수원이 더욱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제로를 이루겠다"고 썼다.

한수원 비상임이사는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모집한 뒤 임원추천위원회가 1차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검증과 한수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기재부 장관이 최종 승인한다.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연간 급여 3,000만 원을 받는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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