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진 '국정 좌초 공식'... 정부 정책, 야당서 번번이 퇴짜

입력
2022.11.16 17: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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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발표 후 야당 반대 무산 '되풀이'
경기 방어책 마련 늦어질 수밖에
"거대 야당 설득 전략 없어" 지적도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이만희(오른쪽) 국민의힘 간사,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예산안 상정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이만희(오른쪽) 국민의힘 간사,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예산안 상정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 기획재정부는 7월 말 세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올해에 한 해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제액을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관련 법이 국회로 넘어오자 상황은 반전했다. 의회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라고 반발했다. 결국 실거주자가 대다수인 1주택자 중 종부세 대상을 10만 명 줄일 수 있는 이 정책은 좌초했다.

# 교육부, 기재부는 15일 초중고에 투입하는 교육세 재원 중 일부인 3조 원을 빼내 대학 예산으로 돌리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계획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야당을 무시한 일방적이고 편법적인 방식"이라며 즉각 맞섰다. 그러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6일 "교육재정 개편을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 기재부는 8월 말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올해 6,05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지역화폐가 기존에 지방자치단체 자체 예산으로 하던 사업인 만큼 중앙정부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민주당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무산시킨 것과 반대로 지역화폐 사업을 되살린다는 방침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는 야당 주도로 지역화폐 예산을 7,050억 원으로 오히려 불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취임 이후 초가을까지 세법 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경찰국 신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대선 과정에서 구상했던 정책을 구체화했다. '윤석열 정부의 시간'이었다. 예산안·세법과 각종 법안을 논의하는 정기국회가 9월 초 개막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다수당인 야당 판단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생사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민주당의 시간'이 본격화하자 야당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정부 정책을 퇴짜 놓는 '국정 좌초 공식'도 굳어가고 있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공제액 상향 무산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 공식이 현실화한 첫 사례다.

종부세법 개정에 실패한 정부·여당은 집권 첫해 성적을 가를 예산안·세법 개정안 통과를 벼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빗장을 더욱 걸어 잠그고 있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상당수가 '계획'으로만 머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정부 발표 후 야당 퇴짜가 반복될수록 가라앉는 경기를 방어할 대책 마련도 늦어진다는 점이다. 당장 경제 충격 완화에 쓰일 내년도 예산안이 연내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사상 처음 준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재정 개편 역시 나랏돈을 필요한 곳에 투입하기 위해 '묻지마 반대'보다 여야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초중고 예산을 현행(내국세의 20.79%+교육세 일부) 방식대로 배정하는 건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지 않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을 설득시키려는 정부·여당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민주당은 주요 정책과 법안을 합의하지 않고 통과시키고 있다"며 "정권 교체로 정책 수립만 하고 성과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인 정부·여당이 야당을 압박하려면 정책 브랜드 개발 등으로 국민 여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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