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 열쇳말...①안정성 ②기술인재 ③성과주의

입력
2022.12.06 08:00
수정
2022.12.06 08:4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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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신임 사장 7명 임명
한종희 DX·경계현 DS...투톱 체제 유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5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안정성 확보, 기술인재 중용, 성과주의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은 11월 8일 삼성전자에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강서구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한 이 회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5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안정성 확보, 기술인재 중용, 성과주의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은 11월 8일 삼성전자에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강서구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한 이 회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번째 사장단 인사가 5일 단행됐다. 새로 사장이 된 7명이 내부 승진이고, 기존 사장 2명은 역할이 바뀌었다. 이번 인사는 이 회장이 10월 회장 취임과 함께 제시한 삼성의 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의 삼성은 ①인재경영 ②기술경영 ③조직문화혁신 ④상생경영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 속 반도체 공급망 위기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만큼 이 회장이 선택한 사장단의 경영 성과에 따라 '이재용 리더십'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영 환경 엄중"…한종희·경계현 '투톱' 유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삼성전자 DX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을 이끄는 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사진은 11월에 열린 삼성 AI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는 한종희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삼성전자 DX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을 이끄는 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사진은 11월에 열린 삼성 AI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는 한종희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의 열쇳말은 ①안정성 ②기술인재 ③성과주의 등이다. 이 회장은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한종희 DX(디바이스 경험·Device eXperience) 부문장 부회장은 스마트폰·가전 등 DX사업을 이끌고 있고, 경계현 DS(반도체·Device Solution) 부문장 사장은 반도체 사업 전반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이 안정성에 초점을 둔 인사를 한 배경에는 외부 위기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고환율, 고물가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조직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좀 더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가전·모바일사업 3개 부문 대표를 한꺼번에 바꾸며 DX와 DS 체제로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선 지 1년 남짓인 만큼, 큰 폭의 CEO 교체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반영됐다.

한종희·경계현 투톱이 이끌었던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0조8,5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조 원가량 줄었고, 내년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올해의 절반 수준인 26조5,000억 원으로 예측하는 증권사 보고서까지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하지만 위기 돌파를 위해 수장을 교체하는 대신 조직 안정을 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엄중한 경영 현실을 감안했다"며 "DX, DS 부문장 체제를 유지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대내외 소통과 상생 경영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등 삼성전자 DS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도체 등 삼성전자 DS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술인재·성과주의 강조…주력사업 강화



이재용 부회장은 5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성과중심, 기술인재, 중용 메시지를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우준 삼성전자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은 5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성과중심, 기술인재, 중용 메시지를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우준 삼성전자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 삼성전자 제공



이날 삼성전자는 7명의 신임 사장을 내부 승진으로 발탁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힘을 쏟아 온 네트워크 사업과 반도체 사업 성장에 이바지한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올리며 기술인재 중요성과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현실화했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선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최경식·박용인·김수목 사장 3명의 인사만 이뤄졌는데, 사장 승진 인사 규모로만 보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등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우준 삼성전자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은 영업·기술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비즈니스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장 승진으로 네트워크 비즈니스 역할 강화가 주문됐다.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은 로레알 출신 마케팅 전문가로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 마케팅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삼성전자의 첫 번째 여성 사장으로 기록됐는데 '능력중심 여성인재 중용'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 고도화를 주도한 공이 승진 요인이 됐다. 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끌 예정이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은 삼성전자가 강점을 보이는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등 메모리 사업의 핵심 인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했다"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미래 먹거리 찾고 대외 홍보 힘싣기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내외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 찾기와 인재 영입에도 힘을 실었다. 왼쪽부터 박승희 삼성전자 대외협력(CR)담당 사장, 백수현 삼성전자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내외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 찾기와 인재 영입에도 힘을 실었다. 왼쪽부터 박승희 삼성전자 대외협력(CR)담당 사장, 백수현 삼성전자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 삼성전자 제공



대내외 홍보 협력도 강화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박승희 삼성전자 대외협력(CR)담당 사장은 모두 언론인 출신이며 커뮤니케이션과 대외협력 전문가로 그룹 경쟁력 홍보에 성과를 냈다.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은 반도체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시장 영향력 확대에 역할을 했으며 중국 내 반도체 시장 개척에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장 직함을 갖고 있던 전경훈 삼성전자 리서치장 사장승현준 삼성전자 DX부문 삼성리서치 글로벌R&D 협력담당 사장의 업무 역할을 바꿨다. 두 사람의 역할은 미래 먹거리 찾기와 인재 영입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 사장은 통신기술 전문가로 6세대(6G) 이동통신 장비 등 삼성전자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승 사장은 인공지능(AI) 전문가로 글로벌 우수 인재 영입에 힘을 쏟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준비를 위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에 나설 것"이라며 "고객 중심의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 이어 부사장과 주요 임원 인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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