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前 용산서장, '허위 상황보고서' 작성 현장서 직접 보고 받았다

[단독] 이임재 前 용산서장, '허위 상황보고서' 작성 현장서 직접 보고받았다

입력
2022.12.13 15:34
수정
2022.12.13 19:4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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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5분 도착, 보고서엔 22시 17분
당일 현장서 보고 후 검토까지 마쳐
李 "시간 없어 내용 확인 못해" 해명
특수본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확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 상황보고서가 작성된 현장에서 직접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경은 사고 발생(오후 10시 15분) 50분이 지나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으나, 용산서가 작성한 상황보고서엔 발생 직후(오후 10시 17분) 현장에 왔다고 적시돼 있어 ‘조작 논란’이 일었다. 이 총경이 허위보고서 작성에 개입했거나, 적어도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추가 혐의를 적용해 그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려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에 중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李 "보고받았지만 내용 몰라"... 수사팀 "궤변"

13일 특수본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제의 상황보고서는 용산서 직원 A씨가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서 작성해 상급기관에 전파했다.

이 가운데 10월 30일 0시 5분부터 오후 9시 22분 사이에 1~10보, 12보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 보고됐다. 1보엔 이 총경 관련 언급이 없다. 그러나 오전 1시 8분 작성된 2보에는 ‘22:17 경찰서장 현장 도착, 안전사고 예방 등 현장 지휘’ 문구가 들어갔다.

수사 결과, A씨가 상황보고서 2보를 작성한 그 시간 이 총경도 이태원파출소에 있었다. 심지어 해당 보고서 전파 전 이를 보고받아 검토까지 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직원이 (보고서를 이 총경에게) 보여주고 검토받은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현장 도착 문구는 10보까지 포함됐다가, 마지막 12보에서야 삭제됐다. 대신 12보엔 이 총경이 현장 지휘가 아닌 무전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으로 슬쩍 바뀐다.

특수본은 이를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보고서를 조작한 증거로 보고 있다. A씨도 앞서 6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 총경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본보 질의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인파해산, 응급조치 등을 지휘하느라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담당 과장이 어둡고 바람 부는 파출소 옥상으로 보고서를 가져왔다”며 “‘보고서를 볼 겨를이 어디 있느냐’ ‘잘 챙겨서 보고하라’고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용 확인은 못했고, 작성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다른 지시를 내린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보고 사실만 있을 뿐, 내용은 전혀 몰랐다는 취지다.

그러나 특수본 관계자는 “이 총경의 해명은 단순 부인”이라고 못 박았다. 다른 수사관들도 “술은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궤변과 다를 게 없다”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특수본이 조만간 다시 신청할 이 총경의 구속영장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수본은 5일 이 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구속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보강수사에 매진했다.

'증거인멸' 경찰 정보라인, 첫 검찰 송치

이태원 참사 관련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민(오른쪽)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아울러 특수본은 이 총경이 사고 최초 인지 시점을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의혹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 총경은 그간 “오후 11시 상황을 처음 알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24분 전(오후 10시 36분) 이미 “이태원에 경찰 인력을 보내라”고 무전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수본은 영장을 재신청할 때 참고인 진술 등 객관적 근거와 정황을 최대한 많이 제시해 이 총경의 ‘모르쇠’ 전략을 깨뜨릴 계획이다.

한편, 이날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보고서를 삭제한 용산서 직원은 불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핼러윈 사고 우려가 적시된 정보보고서를 사고 직후 없애는 데 관여한 혐의(증거인멸교사, 증거인멸)를 받는다. 지난달 1일 특수본 출범 후 검찰에 넘겨진 첫 피의자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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