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한 푼 못 벌고 문 닫아요"... 부동산, 도배·이사업체 눈물

입력
2022.12.28 18:00
수정
2022.12.28 18: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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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부동산 1,100곳 폐업
4개월째 폐업건수, 개업건수 넘어
올해 서울 거래량 지난해 27% 불과
내년 하반기에야 거래량 늘어날 듯

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 안내문. 연합뉴스

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 안내문. 연합뉴스


"6개월 동안 수입 한 푼 없이 월 200만 원 임대료, 관리비만 냈어요. 모은 돈만 축내다 결국 못 버티고 중개업소 사무실을 내놨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3년간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한 김모(55)씨


"올해 들어 도배 요청 건수가 40%나 줄었어요. 지난해엔 한 달 내내 일했지만 올해는 16일 정도가 다예요. 주변 도배사들도 다 일거리가 없다고 푸념해요."

22년째 도배사로 일하고 있는 지모(59)씨

금리인상 기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중개업소가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이삿짐업체, 입주청소 등 관련 업계도 줄지어 직격탄를 맞은 모습이다.

2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전국에 1,103곳, 휴업한 곳은 106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업 건수(853건)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폐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역전한 건 올해 8월, 2018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인수자를 못 찾아 아직까지 운영하는 업소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폐업은) 더 많을 것"이라며 "공인중개업소가 문을 닫는 건 시장이 당분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부자부동산 대표 유성현(68)씨는 "거래도 수입도 없어 임대료가 3개월째 밀린 상태"라며 "올해 4월부터 아파트 매매 거래는 0건이고, 전월세 거래마저 멈췄다"고 토로했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매매 거래가 70~80% 줄었다"며 "비상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부동산 업계가 역대 최고 폐업률을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삿집, 입주청소 등 관련 업계도 신음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입주청소를 하고 있는 김모(40)씨는 "신청 건수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었다"며 "1년 새 시장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이삿짐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임대차3법 이후로 전월세 이사도 줄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건수가 확 줄었다"며 "저녁에 대리운전이나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개업소들이 위기에 내몰린 건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공개된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726건으로 지난해(1,360건)보다 46%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는 1만1,424건으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인 4만1,948건보다 73%나 줄었다. 아파트 전월세 건수 또한 이달 1만631건으로 지난해 12월(2만2,633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시장에서는 최소 내년 하반기에야 거래량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주택 매매 거래량이 절반 정도 줄었다"며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큰 내년 하반기에 집값 급락세가 꺾이고 매수심리가 되살아나면 거래량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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