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과 특별법의 현격한 격차들

동물보호법과 특별법의 현격한 격차들

입력
2023.01.01 12:00
25면

편집자주

반려견 '몽이'를 7년째 키우면서, 동물자유연대의 이사·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동물법을,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면서, 마당개의 경우 2㎡ 이내의 짧은 목줄 사용을 금지하고,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사전교육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상해·질병의 경우뿐만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경우에도 동물학대로 처벌하며, 동물학대범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양형기준을 만드는 등 동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동물보호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동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로 나누고(제2조),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 최대 3년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등 여러 가지 규제를 두고 있다(제8조). 이를 통해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하고, 사람과 동물의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그런데 동물보호법에는 특이한 조항이 있다. 동물보호법 제6조는 '동물의 보호 및 이용·관리 등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법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동물의 이용·관리에 대한 특별법이 있는 경우는 동물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특별법에 따르면 동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분된다. 특별법은, 동물을 동물 자체의 특성이 아닌 '인간의 이용 목적'에 따라 구분하면서, 동물을 크게 농장동물, 전시동물, 야생동물 및 실험동물로 나누고 동물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우선 농장동물은 인간에게 음식으로 사용되므로 '축산법,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적용되고, 이 법에 따라 닭이 0.05㎡(A4 용지 3분의 2 크기) 닭장에 평생 서서 알만 낳다가 죽더라도 동물학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시동물에게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동물원은 합법적으로 코끼리나 돌고래를 평생 가두어 놓고 기를 수 있다. 또한 야생생물에게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므로, 수렵꾼들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지가 목적이라면 야생 멧돼지들을 쏴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다.

한편 실험동물에게는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법에서 정한 절차만 준수하면, 실험실 등 연구기관은 동물을 실험에 이용하면서 적법하게 죽일 수 있다(다만 2019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비글 품종의 '메이'를 실험대상으로 사용하면서 죽인 사건과 관련하여, 2022년 9월 서울대는 실험윤리 위반 및 연구비 부정사용 등의 사유로 해당 교수를 징계파면하였고, 법원의 형사 재판 역시 진행 중이다).

즉,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더라도 대부분 동물에게는 특별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동물 전체의 복지는 눈에 띄게 향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물보호법의 개정에 맞추어 특별법이 같이 개정되어야만 한다(예컨대 뉴욕주의 경우, 동물실험 화장품 유통금지법 시행에 따라 2023년 1월 1일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제조 및 판매가 금지되어 토끼 등 실험동물의 복지가 향상되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동물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이번 강화 방안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다만, 이번 강화 방안은 동물단체가 그동안 개선을 요구한 사항들이 다수 반영되어 있으므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시행에 옮길지, 동물의 복지가 얼마나 개선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한재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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