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공을 위한 제언

입력
2023.01.04 00:00
27면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윤석열 정부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경제안보를 연구하는 필자로서는 우리 인도태평양 전략이 공급망, 첨단기술, 디지털 영역이라는 경제안보의 핵심분야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과 함께 역내 협력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필자의 눈에는 '복합위기, 안정과 번영, 글로벌 중추국가, 미래지향적 협력, 소다자협의체'와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단어들을 바탕으로 향후 우리 정부가 인태전략의 구체화 과정에서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 점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역할 설정에 나섰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떠한 기여와 역할을 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진영화·블록화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 안보는 의존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중국과 깊은 연계성을 띤 일본, 호주와 같은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소다자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간 우리는 양자 및 1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다자 관계구축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소다자체제 참여에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기능과 지역을 기준으로 새로운 역내 소다자체제를 주도적으로 구축해 나가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

둘째는 원칙 설정의 문제다. 이번에 발표된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 평화, 번영'의 비전과 더불어 '포용, 신뢰, 호혜'라는 3대 원칙을 제시하였다.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잘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의 과제는 이러한 원칙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적용을 통해 우리 외교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는 새 정부 들어 공을 들이고 있는 한일 협력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차 당대회에서 이웃국가와의 외교관계에 있어 '친선, 성실, 호혜, 포용(親誠惠容)'을 강조했다. 우리 인태전략의 3대 원칙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양국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원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만 있다면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

셋째는, 무질서한 산업정책 경쟁에 대한 우려다. 최근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을 보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만약의 위기에 대비한 중복성(redundancy) 구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발생하지 않을 위기를 위해 국내 생산시설을 구축한다거나, 영향받을 물품을 대량 비축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과 거리가 멀다. 결국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외국에 전가하기 위한 보호주의 또는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남용될 수 있는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인태전략이 비전으로 '번영'과 원칙으로 '호혜'를 강조했다는 점은 시의적절해 보이며, GDP의 80% 이상을 교역에 의존하는 개방형 통상국가인 우리의 역할과 과제가 크다.

마지막으로, 역외에 위치했지만 원칙과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는 유럽국가들과 소다자협의체를 구축하고, 이를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 성공을 위해 활용할 필요도 있겠다. 발표 당일 외교부 행사에서, 그리고 정부 성명을 통해, 많은 국가들이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국제사회의 기대에 이제 우리가 응답할 때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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