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장까지만 '이태원 참사' 책임 물은 특수본… 사실상 수사 종료

입력
2023.01.06 00: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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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서울청장 등 4명 불구속 송치
행안부 등 불송치 가닥, "책임 못 물어"
수사 마무리 수순... 野 "애초에 답정너"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참사 전후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송치하기로 했다. 김 서울청장 ‘윗선’인 윤희근 경찰청장이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11월 1일 출범 후 두 달여간 이어진 특수본 수사의 칼끝이 서울청장 선에서 사실상 멈춘 셈이다. 희생자 유족과 야권은 “꼬리 자르기 수사”라고 반발했다.

특수본은 5일 “김 서울청장을 다음 주 중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치안ㆍ경비를 총괄하는 그는 참사 전후 조치를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김 서울청장은 핼러윈 축제 당일 이태원에 10만 명 이상이 몰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기동대 배치 등 적절한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특수본 판단이다. 다만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태원을 직접 관할하는 용산경찰서장보다 사고 예견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앞서 구속영장이 반려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역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특수본은 최 서장의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하루 만에 보강수사를 지시하며 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최 서장의 부실 지휘와 희생자 158명 각각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특수본은 검찰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 서울청 112상황실을 지휘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과 정대경 전 상황3팀장(경정)도 내주 불구속 송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6일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참사 책임 소재를 가릴 최고위급 수사는 김 서울청장에서 끝나게 됐다. 특수본은 윤 청장은 별도 입건 없이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경찰청장은 외사, 보안, 정보 등 ‘국가 경찰’ 사무를 맡고 있는 만큼 지역 내 인파 밀집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소방공무원노동조합 고발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된 이 장관 또한 조만간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안전법이 재난 대응 주체를 기초자치단체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태원이라는 특정 지역에 재난예방 의무를 지는 일차적 기관은 용산구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역 없는 수사”를 공언하며 500명 넘는 인력을 동원한 결과치곤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159명의 대규모 희생자를 내고도 이 장관과 윤 청장은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면죄부를 얻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못 박은 터라 두 사람은 그대로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특수본을 거세게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특수본 수사는 애초부터 ‘답정너’였다”며 “경찰 인사권자인 이상민 장관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윗선 수사가 가능했겠느냐”고 꼬집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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