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혹한기'에 이익 70% 하락 폭탄 맞아...올 상반기가 더 춥다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4.3조원에 그쳐
증권사들 전망치 6.1조 원에 크게 못 미쳐
글로벌 경기 침체에 스마트폰 등 IT 수요 급감
올 상반기 반도체 경기 악화 심화…적자 전망도

삼성전자의 2022년 4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매 분기 10조 원이 넘는 영업 이익을 냈던 삼성전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쏜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서버 등 정보통신(IT)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삼성전자 실적을 이끌었던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곤두박질했다. 문제는 반도체 시장 상황이 앞으로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6일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4조3,000억 원의 2022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8.83%, 영업이익은 60.37% 감소했고, 전년 대비로는 8.58%, 69%씩 각각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규모는 2012년 이후 10년 새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2014년 3분기 4조6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찍었다.

어닝쇼크에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낸 삼성전자

6일 삼성전자가 언론에 공개한 2022년 4분기 잠정 실적 설명 자료. 삼성전자 제공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매우 낮은 '어닝쇼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평균해 보니 매출 72조7,531억 원, 영업이익 6조9,254억 원이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설명 자료까지 공개했다.

삼성전자 측은 "2022년 4분기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했다"며 "확정 실적 발표일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고 실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업별 실적 하락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며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되며 전사 실적 전 분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잠정 실적이 전망치와 워낙 차이가 커 증권 업계에서도 쉽사리 사업부별 실적을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①반도체 사업부가 수천억 원대 ②스마트폰 사업은 1조 원 중후반대 ③디스플레이 1조 원 중후반대 ④가전 사업이 수천억 원대 흑자를 거둔 것으로 점쳐진다. 정확한 실적은 이달 말 확정 실적을 통해 공개된다.

당장 2022년 3분기만 해도 5조 원대의 이익을 거둔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진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침체에 빠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도 설명자료를 통해 "메모리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걱정하면서 고객사들이 긴축 재정 기조를 강화했다"며 "전반적으로 재고를 조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공급사들이 재고가 증가하면서 이를 없애기 위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가격이 분기 중 꾸준히 내려 가격 하락 폭도 당초 전망보다 커지며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D램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로 3개월 전인 지난해 9월보다 22.46%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고정 거래 가격도 4.14달러로 3.73% 하락했다.

반도체와 함께 실적을 이끌던 스마트폰 사업 부진도 실적이 나빠진 원인이 됐다. 가전 사업도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이어지며 수익성이 떨어졌다.

상반기 반도체 적자 전망…투자 축소할지 주목

시각물_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추이

올 상반기 전망은 더 어둡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당분간 좋아지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모리반도체 주요 제품인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5~20%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 1, 2분기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영업 손실을 기록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기 위한 열쇠는 ①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의 흥행과 ②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여부로 꼽힌다. 인텔은 이달 중 사파이어래피즈의 초도 물량을 선보이고, 5월 중 본격적으로 출하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인텔이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의 90%를 장악하는 만큼 고객들은 그동안 사파이어래피즈 출시를 기다려왔다. 특히 이 제품은 수익성이 높은 최신 D램인 DDR5를 지원한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교체 수요에 따라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수요 역시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도 감산 계획을 밝힐지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반도체 경기는 수요량에 따라 투자 확대와 감산의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업계 1위 삼성전자까지 투자를 줄일 경우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이 나빠져도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손실을 보더라도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실적이 예상외로 나빠지면서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이 14년 만에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2023년 메모리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 축소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로 인해 2023년 3분기부터 공급 축소와 재고 감소 효과로 수급 개선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