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를 하자고?

중대선거구제를 하자고?

입력
2023.01.09 00:00
26면

단점 많은 중대선거구제 도입하자는 주장은 무리
비례성 강화한 선거제는 소수 정당 난립 초래
저질정치 주인공들이 엉뚱하게 선거 제도를 탓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정개특위위원인 정희용(왼쪽), 장동혁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정개특위위원 선거구제 개편 관련 비공개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정개특위위원인 정희용(왼쪽), 장동혁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정개특위위원 선거구제 개편 관련 비공개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소선구제가 양당 독점 체제를 조장하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선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2명~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사실 요즘 우리 정치는 저질적일뿐더러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어 큰 문제다. 최근 여론 조사는 여당과 야당을 모두 좋아하지 않는 부동층이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금의 여당과 야당은 이 같은 중간층 유권자의 여망을 받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서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입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 중대선거구제 도입론의 요지이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2명씩 선출하는 중선거구는 유신정권과 5공화국에서 있었던 비민주적인 동반 당선 선거를 다시 하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는 양당 독식체제를 타파하기는커녕 양당의 동반 부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100%다. 어느 지역은 중선거구로 의원 2명을 뽑고 어느 지역은 대선거구로 의원을 3~4명을 뽑게 한다는 중대선거구제는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구제 획정 자체가 어려워서 시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선거구 내의 소(小)지역주의와 당내 계파 정치를 조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 중대선거구제를 운영했던 일본이 그러한 부작용 때문에 소선구제로 바꾸었다는 사실은 중대선거구제도 문제가 많음을 잘 보여준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작은 정당들이 국회에 진입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가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입하는 다당제 시대를 열어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것이라며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고친 선거법으로 구성한 국회가 역대급 저질이라는 말을 듣는 21대 국회다. 마찬가지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저질 정치가 고품격 정치로, 또 대결의 정치가 통합의 정치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은 꿈속에서 헤매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유권자가 투표한 대로 의석을 구성토록 하자는 이른바 비례민주주의 이론 자체가 현실에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완전한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에선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에 극단적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극단적 주장을 펴는 작은 정당이 연정을 구실로 큰 정당을 좌지우지해서 정국을 혼미에 빠뜨릴 수 있다.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군소 정당이 난립할뿐더러 극단적 주장을 내세우는 작은 정당들의 목소리가 커져서 문제임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완전한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가 대통령제와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1987년에 제정된 우리 헌법은 대통령 직선과 소선구제를 전제로 하고 만들어졌지만 비례대표를 두어서 소선거구 제도의 단점을 보완토록 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영남에선 민주당 의원이 많이 나오겠지만 호남에선 국민의힘 의원이 나오지 못할 것임을 뻔히 아는 국민의힘에서 중대선거구제를 거론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측은 선거 전망이 좋지 않으니까 혹시나 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안을 하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안철수 후보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오늘날 의회 정치를 이토록 타락시킨 당사자들이 엉뚱하게 소선구제 탓을 하고 나섰으니 설득력이 있을 수가 없다. 한국 정치의 당면 과제는 제도 개혁보다는 인적 쇄신이라고 하겠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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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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