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선의에 의한 평화는 가짜 평화” 강력한 자위권 주문

입력
2023.01.11 18:45
수정
2023.01.11 19:5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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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배, 1000배 대량응징보복 능력 구축해야"
AP통신과 인터뷰서 "북, 대화 자체 응하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집무실 책상위에 놓인 흰색 전화기(북한 직통 핫라인)를 가리키고 있다. 서울 AP=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집무실 책상위에 놓인 흰색 전화기(북한 직통 핫라인)를 가리키고 있다. 서울 AP=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평화는 가짜 평화”라며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했다.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대해서도 “평화헌법을 채택한 나라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고 하지만,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 있는데 그걸 막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화 강조한 전 정부와 차별화 "강력한 자위권 준비"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방부와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무슨 종전선언이네 하는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그런 평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며 “훈련 이런 것들이 제대로 자리 잡고,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의식과 자세가 전파될 수 있도록 애써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장병에 대한 교육 훈련은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작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고생시키는 체력 훈련을 훈련이라고 생각해도 안 된다. 전쟁을 대비하는 실효적인 연습을 말하는 것”이라고 군의 기강 문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선 "3축 체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KMPR"이라며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KMPR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간 안보 협력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확장 억제와 미 핵 자산 운용에 있어 공동기획과 공동실행을 통한 긴밀한 협력은 미국이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간의 안보 이익에 있어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 인권 침해 제대로 알려야 유사시 국제사회 지지 얻어"

이날 공개된 미 뉴스통신사 AP와의 인터뷰에선 인터뷰 장소인 용산 집무실에 설치돼 있는 직통 전화를 가리키며 “북쪽에서 회선을 전부 차단하고 있고 대화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목에서 AP는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분고분한’ 대북 기조를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 공조에 대해선 “미국이 (혼자) 알아서 다 하는 시스템에서 한미가 힘을 합쳐서 대응한다는 차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미국의 핵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 한국도 참여하는 것”이라며 우리 군의 자위권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히 인권 수호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강력한 심리적 요인이 된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국민과 해외에 제대로 알려야 북한의 도발이 강화됐을 때 왜 우리나라를 지켜야 하는지 알게 되고 남북 간 유사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단기 비자 중단에 "자국민 보호하겠단 것"

윤 대통령은 중국이 한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과 관련,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 문제도 경제·통상 문제도 아니고, 그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출입국 문제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양국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이유가 전혀 없도록 중국 측에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北도발 심각해지면 전술핵 배치·자체 핵 보유 가능"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가 끝난 후 마무리 발언에서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북한의)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방위비를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을 국방계획에 집어넣기로 했는데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한미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하는 이런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군의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위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병사들을 잘 먹여야 한다”며 “나오는 배식이 좋아야 '아, 국가가 나를 정말 아끼고 있구나'하는 것을 우리 청년들이 느낀다”라고 당부했다.


김현빈 기자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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