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사고 40% '악성 임대인' 주택... 작년에만 4,000억 떼먹어

입력
2023.01.24 13:35
수정
2023.01.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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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임대인 227명, 1인당 19억 원씩 미반환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에서 가장 많이 발생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 위치한 악성 임대인(속칭 빌라왕 등)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 위치한 악성 임대인(속칭 빌라왕 등)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이른바 '악성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사고 금액이 4,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중 약 40%가 이런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에서 발생했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사고 액수는 지난해 4,382억 원으로 전년보다 827억 원 증가했다.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임대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일절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즉 악성 임대인으로 관리한다. 지난해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사람은 227명이었다. 1인당 약 19억 원씩 떼먹은 셈이다.

악성 임대인의 보증 사고액은 △2018년 30억 원 △2019년 504억 원 △2020년 1,871억 원 △2021년 3,555억 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사고액은 4년 만에 무려 146배 증가했다.

지난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액은 1조1,726억 원이었다. 총 5,443가구의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았는데, 이 중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이 37%(2,037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악성 임대인의 보증사고는 빌라와 같은 다세대주택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다세대주택이 보증사고액의 64.5%(2,828억 원), 오피스텔은 25%(1,094억 원)를 차지했다. 아파트는 7.0%(307억 원), 연립은 3.1%(137억 원)였다.

정부는 지난해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안이 개인·신용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아직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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