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전쟁터 된 중동

클라우드 전쟁터 된 중동

입력
2023.01.28 1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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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이 즐비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이동학 작가 제공

고층 건물이 즐비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이동학 작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로 관심을 끄는 아랍에미리트(UAE)는 2, 3년 전부터 전 세계 클라우드 기업들의 전쟁터가 됐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말할 것 없고 베스핀글로벌, 야놀자클라우드 등 국내 신생기업까지 모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UAE에 속속 진출하는 이유는 중동에서 거세게 부는 디지털 전환 바람 때문이다. UAE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한정적 석유 자원 이후 국가 경제를 디지털에 걸고 있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곳이 UAE와 사우디다. 따라서 중동에 진출하는 IT기업들은 두 나라를 거점으로 삼는다. 그래야 두 나라를 중심으로 중동 및 인도, 파키스탄, 북아프리카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합친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디지털 시장 규모는 현재 약 400억 달러로 평가받지만 2030년 4,0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클라우드 분야는 2026년까지 314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UAE와 사우디가 치열한 경쟁 관계라는 점이다. 요즘 '적국'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경제 분야에서 두 나라는 '적국'에 가까울 만큼 앙숙이다. 각종 지표에서도 두 나라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사우디가 약 7,000억 달러로 UAE의 2배다. 인구도 사우디가 UAE보다 3배가량 많다. 하지만 1인당 구매력 지수(PPP)는 세계 8위 UAE가 중동에서 카타르에 이어 2위고, 사우디는 중동 내 4위다.

그렇다 보니 두 나라는 MENA 지역의 디지털 강국이 되기 위해 치열한 외국 기업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42% 줄었지만 UAE는 거꾸로 늘었다. UAE의 FDI는 2020년 199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억 달러가 늘었고 2021년 사상 최고치인 20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위해 UAE는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외국의 디지털 전문가들이 10년간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골든 비자를 발급하고 허가된 곳에서는 음주와 연인들의 동거를 허용했다. 또 IT분야에서 외국인의 100% 지분 소유도 인정했다.

결정적으로 UAE는 외국인들을 위해 이슬람교의 특징인 휴일까지 바꿨다. 원래 이슬람은 예배를 보는 금요일에 쉬고 토, 일요일에 일한다. 그러나 UAE는 외국기업들과 일하기 좋도록 금요일에 일하고 토, 일요일에 쉬도록 변경했다.

여기 맞서는 사우디는 2021년 외국기업들을 위해 채찍과 당근을 함께 꺼내 들었다. 내년까지 리야드에 회사를 두지 않는 기업은 사우디에서 사업을 못 하도록 막았다. 그 바람에 구글, 오라클 등 44개 다국적 기업이 리야드에 서둘러 법인을 설립했다. 동시에 IT기업들에 각종 혜택을 주는 특별 경제 구역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곡예사의 외줄 타기처럼 UAE나 사우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는 비즈니스다. 구글, MS, IBM, 오라클 등은 UAE와 사우디 양쪽에 사무실을 둔 등거리 전략을 펴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스타트업 베스핀글로벌도 UAE와 사우디 양쪽에 사무실을 각각 마련했다.

정부에서도 기업들처럼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우호관계를 표방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 UAE뿐 아니라 MENA 전체를 보고 관련 세일즈가 성공할 수 있도록 현명한 외교를 펼치기 바란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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