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무에 극단 선택 간호사... 법원 "위험직무 순직 인정"

입력
2023.01.30 14:45
수정
2023.01.30 14:5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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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한나 간호사 극단 선택에 유족 소송
법원 "고도 위험 노출로 극단적 선택은 재해"
"방역 담당자들 정신적 스트레스 높았을 것"

2020년 2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한 시민이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13번째 확진자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이 치료받았다. 연합뉴스

2020년 2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한 시민이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13번째 확진자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이 치료받았다. 연합뉴스

간호직 공무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격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17일 고(故) 이한나 간호사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한나씨는 2021년 5월 부산의 한 구청에서 간호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인사혁신처에 "이씨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 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며 순직 및 위험직무 순직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이씨는 2020년 2월부터 사망 전까지 선별진료소 근무와 확진자 동선 역학조사 등을 담당했고, 2020년 12월부터는 월평균 77시간씩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혁신처는 '순직은 맞지만, 위험직무 순직은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코로나19 대응 격무와 극단적 선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위험직무 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현행법상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난·재해로 인해 사망했을 때만 인정받을 수 있다. 유족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와 관련된 사유로 정상적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에 적용되는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를 비롯한 방역 담당자들은 코로나19 감염병이 도래하기 이전에는 위와 같은 압박감을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정신적 스트레스의 강도는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병의 확산 방지 업무 이외에 이씨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할 만한 개인적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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