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출국에 “신박하네요”…강백호 “연봉이 선수 ‘급’ 나누지 않아”

입력
2023.01.31 15:20
수정
2023.01.31 15:3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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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소감엔 "내가 더 증명해야"

KT 강백호가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KT 강백호가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신박(새롭고 놀랍다는 신조어)합니다. 한 명 때문에 지금 몇 명이 고생을…당황스럽네요.”

올해 연봉이 반 토막 난 ‘천재 타자’ 강백호(24·KT)는 자신을 향해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구단과 연봉 협상 줄다리기를 하느라 동료들과 함께 미국 스프링캠프로 떠나지 못하고 뒤늦게 '나 홀로 출국'이 이뤄진 탓이다. 강백호의 2023시즌 연봉은 2억9,000만 원으로, 직전 시즌 5억5,000만 원에서 절반 가깝게 깎였다.

강백호는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 캠프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작년에 못했으니까 올해 열심히 해야 한다”며 “뭐가 더 있을까, 선수가 잘해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강백호의 2022시즌은 악몽 같았다. 두 차례 큰 부상으로 144경기 중 6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성적도 타율 0.242 6홈런 29타점에 그쳤다. 프로 데뷔 1년 선배 이정후(25·키움)의 뒤를 따라갔던 성공 가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강백호는 연봉 삭감을 감수하고 있었다. 다만 삭감폭을 두고는 구단과 이견이 컸다. 협상에 진통을 겪다가 결국 선수단 본진 캠프 출발 하루 전인 28일 밤에야 도장을 찍었다.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계속 마음에 담아두기보다는 이를 악무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강백호는 연봉 계약 얘기가 나오자 “민감한 질문”이라면서도 “연봉이 다는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안 쓰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됐든 잘 조율이 돼 캠프에도 참가한다. 구단에서 배려해준 것들도 많다. 연봉이 선수의 ‘급’을 나누지 않는다는 걸 올해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후회가 남는 시즌을 보내며 몸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강백호는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기량이 전부가 아니라 세부적인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2군도 가보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는 등 미숙했던 부분들을 배워가면서 성숙해졌다”고 돌아봤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강백호.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강백호.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해는 소속팀뿐만 아니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도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부진에도 강백호는 소속팀 사령탑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승선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당시에는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질겅질겅 씹는 더그아웃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혀 야구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강백호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팬들이 수긍하고 ‘괜찮았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가 못한 건 받아들인다. 그 이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더 증명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제 프로 6년 차로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그는 “항상 어딜 가든 막내라 책임감이 덜했는데 이번에는 연차도 쌓이고, 기대해주는 만큼 책임감도 갖는다”며 “어떤 종목이든, 어떤 나라든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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