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반년간 뒤쫓은 경찰… "6100채 보유 '빌라왕' 조직 6곳 일망타진"

입력
2023.02.02 10:32
수정
2023.02.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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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결과 발표
618건 1941명 검거, 피해액 2300억

빌라가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배우한 기자

빌라가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배우한 기자

경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 범죄를 반년간 특별단속해 1,941명을 무더기 검거했다. 전국 각지에서 빌라 수백~수천 개를 굴리며 세입자 보증금 수백억 원을 떼먹은 이른바 ‘빌라왕’ 일당 6곳도 적발됐다.

경찰청은 2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해 총 618건, 1,94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6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검거인원(243명) 및 구속인원(11명)보다 각각 8배, 11배 증가한 수치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전세대출금을 빼돌리는 ‘허위 보증ㆍ보험’ 유형이 1,073명(55.3%)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전국에서 무주택 청년들을 가짜 세입자로 모집한 뒤 허위 전세계약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시중은행으로부터 전세대출금 83억 원을 빼돌린 일당 151명(구속 14명)이 최근 검거되기도 했다.

빌라왕 사건으로 잘 알려진 ‘무(無)자본 갭투자’ 유형이 283건(14.6%)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임차인으로부터 매매가보다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돌려막기식으로 빌라를 사들인 후 보증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바지 사장’에게 명의를 떠넘기고 잠적하는 수법이다. 경찰은 특별단속 기간 전국적으로 주택 총 6,100여 채를 보유한 빌라왕 조직 6곳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기획한 컨설팅 업자와 임대인 등 14명을 구속했고, 가담자 350명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사기 피해는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경제적 기반이 미약한 20, 30대에 집중됐다. 총 1,207명(송치 기준)의 피해자 가운데 20대(18.5%)와 30대(31.4%) 비중이 절반, 피해금액은 2,335억 원에 달했다. 1인당 피해금액은 1억 원 이상~2억 원 미만이 37.5%, 2억 원 이상~3억 원 미만 23.6% 등 3억 원 미만(61.1%)이 대부분이었다. 피해 주택 유형 또한 법의 허점이 많은 다세대주택(68.3%)과 오피스텔(17.1%)이 다수를 차지했다. 서민층을 주요 먹잇감으로 삼은 것이다.

경찰은 현재 375건, 1,577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며 특별단속 기간을 7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할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세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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