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때리는 천하람, 김기현 감싸는 황교안... 3·4위 후보의 다른 셈법

입력
2023.02.14 04:30
5면
구독

천하람 "안철수 지지율 빠질 것... 찍고 싶지 않아" 비판
황교안 "김기현 탄핵 발언은 안철수 가치관 지적" 두둔
천, 安 표심 분산 노려...'비윤주자' 대표로 결선 진출 전략
황, '유의미한 3등' 전략...입지 넓혀 결선서 영향력 포석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천하람(왼쪽)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13일 제주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천하람(왼쪽)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13일 제주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뉴시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본경선이 김기현·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천하람·황교안 후보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천 후보는 자신과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안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반면, 황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결선 진출을 둘러싼 양측의 득실 계산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 후보는 1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때려줘서 반사효과를 봤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빠질 거라고 본다"며 "(안 후보와) 2주 후에 지지율 '골든크로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안 후보의 지지층이 일부 중첩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지지율 역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안 후보는 입으로도 개혁을 못 한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쓰지 말라고 하니까 안 쓰겠다 하고,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도 안 쓰겠다 한다"며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 후보를 별로 찍고 싶지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비윤계' 표심을 최대로 끌어모아 결선 진출을 노리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힌 데 이어, 안 후보에게 '윤심(윤 대통령 의중)' 후보가 아니라는 딱지를 붙인 데 대한 당원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안 후보가 친윤계 압박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주춤하는 사이 '비윤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해 선택을 망설이고 있는 당심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포석이다.

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컷오프에서 안 후보와 천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다고 파악하고 있다. 본선 2위로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고, 윤핵관에 날 세우지 못하고 있는 안 후보에 비해 '개혁성'과 '선명성'에서 앞서는 천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 후보는 김 후보를 감싸면서 대립각 세우는 일을 피하려는 모양새다. 그는 전날까지 페이스북에 "김 후보는 늘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어 정치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진, 김연경씨에게까지 기댔다"고 비판했지만 돌연 게시글을 삭제했다. 대신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의 '안철수 당선 시 대통령 탄핵' 취지의 발언과 관련해 "(김 후보의 발언은) 안 후보의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두둔했다.

황 후보가 천 후보와 달리 '김기현 때리기'에 몸을 사리는 것은 이에 따른 실익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성보수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 후보의 메시지는 중도 성향 당원의 지지세가 강한 안 후보나 천 후보를 공격할 때 도드라지는 특성이 있다. 자신을 '정통보수'로 자처하며 연일 선명한 보수적 색채를 드러내는 김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울수록 표심 확장은커녕 '제 살'만 깎아 먹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김 후보를 공격할 경우 '윤심'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히려 본선에서 '유의미한 3등'을 기록해 몸집을 키운 상태에서 김 후보를 돕는 게 영향력 과시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선 완주가 목표"라며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존재감 부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