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혁신' 한다던 전경련, 다음 회장 권한대행으로 '정치인' 김병준 선임 두고 논란

입력
2023.02.17 15:05
수정
2023.02.17 20:03
10면

이웅열 추천위원장이 제안, 23일 총회에서 최종 결정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랑의열매 희망2023 나눔캠페인 폐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랑의열매 희망2023 나눔캠페인 폐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병준(69)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사실상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뒤를 잇는 차기 회장을 맡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전경련을 개혁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외부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선거 후보 캠프에서 활약한 뒤 각종 기관 후보로 오르내린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웅열 전경련 회장후보추천위원장 등과 만나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전경련 비상기구가 만들어지면 5, 6개월 동안 조직 기조를 다듬은 뒤 재계 인사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경련 회장 직을 맡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 그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냈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앞서 이웅열 추천위원장은 지난달부터 전권을 갖고 다음 회장 후보를 찾아왔지만 적임자가 없자 김 회장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23일 정기총회에서 김 회장을 추대하고, 그는 새로 출범할 전경련 비상조직을 설명할 예정이다. 전경련 측은 "내부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다 회장 후보군을 찾지 못한 비상 상황인 만큼 김 회장에게 권한대행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회장이 대선 승리에 공 세운 인물 자리인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대사 초청 투자 세미나 및 2030엑스포 유치 기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대사 초청 투자 세미나 및 2030엑스포 유치 기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전경련 수장을 기업인이 아닌 외부인사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회장 멤버 중에 맡는 게 원칙이지만 1989~1993년 19·20대 회장을 관료 출신 고 유창순 국무총리가 지냈다. 당시 민주화 운동 영향으로 반기업 정서가 커지자 재벌 총수가 아닌 전문 경영인에 가까운 유 총리를 영입한 것이다.

이번에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경유착 기관'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줄 역할을 김 회장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게 전경련 측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 탈퇴한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합류할 명분도 만들고 '주요 기업의 대표 기관'이라는 과거와 같은 위상을 되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간기관인 전경련까지 엽관제도 도구로 전락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①허 회장이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의 비공개 만찬 회동에 초대받지 못하고 ②올해 1월 대통령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되지 않자 패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에서 낙점한 차기 회장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 허 회장이 물러날 뜻을 밝히며 이런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 때문에 39대 회장 후보군에 주요 기업 총수들이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몇몇 총수들이 후보 제안을 받고 검토했지만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며 고사했다"며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공을 세운 인물들이 갈 자리가 많지 않자 이젠 민간 경제기구로까지 오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국무총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식 회장은 아니고 조직의 혁신을 맡을 비상기구 회장 직"이라며 "직무 대행과 비슷한 체제여서 외부 인사가 수장을 해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관규 기자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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