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천하람 제안 거절하면서도 "정의롭고 참신" 칭찬한 이유는

입력
2023.02.22 1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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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이태원 상권 회복 캠페인" 요청
안철수 측, 거절하면서도 "千, 정의롭다"
결선 진출 염두... '상대방 지지층 포섭' 전략

안철수(왼쪽)·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1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왼쪽)·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1일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철수 당대표 후보 측이 22일 천하람 후보의 '이태원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천 후보를 "정의롭고 참신하다"고 치켜세우며 여지를 남겼다. 김기현 후보가 '대세론'을 주장하며 앞서나가는 경쟁구도에서 뒤쫓는 안 후보가 천 후보와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안 후보 측 윤영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전당대회 와중에 특정 후보끼리만 모여 이벤트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억지스럽다"며 "천 후보의 홀로 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이태원 상권 회복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는 천 후보의 전날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특정 후보끼리만 만나면 누가 봐도 연대가 떠오를 텐데, 우리가 그동안 김 후보에게 '억지 연대만 한다'고 비판해 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천 후보와 관계를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 윤 대변인은 같은 논평에서 "험지에서 지역 활동을 하는 정의롭고 참신한 천 후보의 대안 제시 능력과 비전이 궁금하다"며 천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안 후보는 천 후보의 험지 출마 등에 대해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지난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지난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두 후보 간 긍정적 기류는 이전에도 감지됐다. 안 후보는 20일 MBN TV토론회에서 천 후보에게 "호남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을 하는 의도를 높이 산다"고 했다. 토론을 마친 뒤 천 후보가 "덕담 감사하다"고 화답하자 안 후보는 "이제 한 팀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한쪽이 중도 포기하고 다른 쪽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단일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당대표 선거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치르는 만큼, 두 후보 모두 상대 후보 지지층을 '포섭 대상'으로 보고 전략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천 후보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각자의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천아용인'으로 불리며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안 후보와 연대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러닝메이트가 없다. 천 후보뿐 아니라 안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천아용인의 다른 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면 이준석계의 당 지도부 진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손영하 기자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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