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게 왔다"... 개학철 고물가 직격탄 맞은 '학원비'

입력
2023.03.0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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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맞아 대다수 학원들 수강료 인상
"종잇값, 인건비 등 물가 올라 불가피"
"학원 끊을 수도 없고"... 학부모 한숨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한 논술학원 앞에 교습비 게시표가 붙어 있다. 나광현 기자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한 논술학원 앞에 교습비 게시표가 붙어 있다. 나광현 기자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42)씨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다니는 수학학원으로부터 학원비 인상 안내문을 받았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권씨 눈에는 ‘월 50만 원(종전 39만 원)’이라는 숫자만 눈에 들어왔다. 그는 2일 “난방비, 전기요금, 밥값에 이어 드디어 학원비 차례가 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개학을 기다렸던 학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수강료를 대폭 올리자 학부모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원들도 각종 생활물가 상승 여파로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에서 학원비는 아낄 수도 없는 돈이다. 수강료가 아무리 올라도 자녀가 멀쩡히 다니던 학원을 끊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은 노릇이다. 부모들의 시름이 더 깊어진 이유다.

'학원' 이름 붙은 곳, 수강료 다 올랐다

2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학원 건물 밖에 신규반 모집 홍보물과 교습비 게시표가 붙어 있다. 나광현 기자

2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학원 건물 밖에 신규반 모집 홍보물과 교습비 게시표가 붙어 있다. 나광현 기자

학원비 인상은 학업을 가르치는 보습ㆍ입시학원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피아노, 태권도 등 예체능 학원도 예외 없다. 인천에서 홀로 아이 셋을 기르는 소모(47)씨는 둘째 딸과 막내아들의 태권도 학원비가 이달부터 13만 원에서 2만 원 더 올랐다. 소씨의 경우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받는 스포츠바우처(취약계층 등에 제공되는 이용권) 금액이 지난해 9월부터 8만 원에서 9만5,000원으로 증액됐다. 고물가를 감안한 조치에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학원비 인상분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소씨는 “아이들이 태권도를 워낙 좋아해 쪼들림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학원이라고 고물가 파고를 넘을 순 없다. 서울에 직영학원 6곳을 둔 A학원은 지난달 말부터 수강료를 10% 남짓 인상했다. 학원 대표는 “인쇄물과 교재를 만드는 종잇값부터 강사 인건비까지 부대비용은 죄다 올라 수강료 인상 말고는 버틸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교재비·차량비 신설 '꼼수'도

2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건물에 학원이 밀집해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나광현 기자

2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건물에 학원이 밀집해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나광현 기자

학부모들의 저항이 큰 학원비 대신, 무료였던 교재비나 차량비를 새로 받는 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학원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43)씨는 아들ㆍ딸을 학원 차량에 태워 인라인스케이트학원에 보낸다. 그런데 최근 원비 영수증에 7만2,000원의 차량비 항목이 추가됐다. 전체 학원비(3개월 치 64만7,000원)의 10%가 넘는 금액이다. 이씨는 “아이들 안전에 신경 쓰기 위해서라는데, 그럼 이전엔 관리를 안 했다는 얘기냐”며 “학부모들이 반발할까 봐 편법을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드디어 올 게 왔다” “원비는 그대로지만 셔틀비ㆍ교재비가 추가됐다” 등 급증한 부담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널을 통과하며 사교육비 지출이 과거보다 증가한 탓에 학원비 인상이 서민들에게 더 뼈아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1일 통계청의 연간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가구의 월평균 학생학원교육 지출액은 36만3,641원으로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 전(30만2,156원)보다 20%나 올랐다.

나광현 기자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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