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처벌만으로는 학교폭력 해결할 수 없다

입력
2023.03.08 19:00
25면

편집자주

판결은 재판받는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모든 법원이 따르는 규범이 된다. 규범화한 판결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판결과 우리 삶의 관계를 얘기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수 학생이 죄의식 없이 가해자 되는 학교폭력
감정과 충동에 휩쓸리는 청소년 폭력 감안하고
인식 전환을 위한 공동체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

최근 학교폭력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드라마에서는 자극적인 폭력 장면이 등장한다. 사람을 때리는 직접적 폭력은 누구라도 폭력이라고 생각하지만 학교폭력에는 그런 직접적 폭력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장난을 가장한 놀이 형태의 신체폭력, 놀림·조롱·욕설·비난 등의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사이버폭력 같은 학교폭력은 그 심각성에 대해서 가해자나 가해자 부모가 제대로 인식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많이 등장하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은 높아졌으나 학교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직접적 폭력 이외의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 학교폭력은 소수의 문제 학생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다수의 학생들에 의하여 반복적, 정서적 폭력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종류의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 모두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난 좀 치고 몇 마디 놀리고 욕했다고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다고 억울해한다. 필자가 경험한 사건 중 뇌리를 떠나지 않는 사건이 있다. 명문 남자중학교 1학년 10명 이상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소년법정에 섰다. 대부분 같은 반 동급생들이었다. 그중 몇 명은 쇼크 놀이를 하거나 바지 내리기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장난을 쳤고, 피해자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자 나머지 학생들도 피해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지나가면서 잔반을 피해자의 식판에 붓는다거나 가방을 멀리 던진다거나 바보라고 놀리거나 욕설을 하는 행동들을 하였다. 주된 가해자는 횟수가 꽤 되었으나 나머지 가해자는 몇 번 정도에 불과하였다. 학기 초였음에도 피해자는 우울증, 불안증세가 심해지더니 어느 순간 학교에서 뛰쳐나와 버려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가해자의 부모들은 피해자가 너무 예민하고 과도하게 반응한 것이라면서 피해자 탓을 하였다. 그러나 사소한 폭력이라고 하더라도 10명 이상의 가해자가 1달에 1~2번만 괴롭혀도 1명의 피해자는 매일 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더군다나 같은 학급의 대다수 급우가 가해자가 되어 버리면 폭력의 정도와 무관하게 피해자는 외톨이가 되고 심각한 불안, 우울증 증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우선 국선보조인을 통하여 가해자와 그 부모에게 그러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을 하였고 주된 가해자 몇 명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임시 위탁하는 충격 처방을 하였다. 그제서야 대부분의 가해자와 그 부모가 심각성을 깨닫는 듯했다. 일단 소년법정에서는 그렇게 화해가 이루어졌다. 피해자의 부모가 될 가능성보다 가해자의 부모가 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내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불안, 우울증 같은 증상을 보인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떤 아이들은 도리어 다른 아이를 괴롭히면서 가해자로 변해버리고, 어떤 아이들은 자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청소년기는 이성과 논리에 의한 판단보다는 감정과 충동에 의해 자신과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고 대처한다. 이러한 시기에 주위와의 갈등이 원만하게 해소되지 못하면 심한 혼란을 경험하고 여러 문제행동을 표출하게 된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가해 이유도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친구가 하니까,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때문 등의 이유가 많다.

학교폭력에 대하여 엄정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강한 처벌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그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부모들의 다툼으로 문제가 변질되어 버리기도 한다. 결국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학교(교사, 아이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고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공동체 사회가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학교폭력이 극복될 수 있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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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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