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와 심사위원이 한솥밥? 트로트 오디션 열풍이 남긴 그림자

입력
2023.03.15 1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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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논란 지속된 '불타는 트롯맨' '미스터트롯2'
심사위원과 같은 소속사, 타 방송사 우승자 등 출연
기성 가수가 경쟁 파괴도... "오디션 본질 침해 우려"

MBN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서 최종 7위 안에 든 톱7 출연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레아 스튜디오 제공

MBN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서 최종 7위 안에 든 톱7 출연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레아 스튜디오 제공

연일 화제를 낳았던 MBN ‘불타는 트롯맨’이 막을 내리고 TV조선 미스터트롯2’가 마지막회를 맞았다. ‘불타는 트롯맨’은 지난 7일 우승자 손태진을 배출했고, 최고 시청률 21.3%까지 기록한 '미스터트롯2’는 16일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불타는 트롯맨’은 뮤지컬・성악 등을 접목한 무대로 장르를 다양화했고, ‘미스터트롯2’는 20대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하며 연령대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즌 1 때와 달리 제2의 송가인・임영웅이라고 칭할 만한 국민가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중평이다. 송가인, 임영웅은 ‘개천 용’의 대표 사례로, 시청자들은 가진 것 없는 무명 가수가 공정한 오디션을 통해 스타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반면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는 유력 우승자가 모두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끝내 '개천에서 난 용'을 배출하지 못했다.

출연자와 심사위원의 수상한 동거… 공정성 논란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박지현. 목포 수산물센터에서 일하는 청년이라는 사연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장윤정과 같은 소속사임이 밝혀지며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TV조선 JOY 유튜브 영상 캡처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박지현. 목포 수산물센터에서 일하는 청년이라는 사연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장윤정과 같은 소속사임이 밝혀지며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TV조선 JOY 유튜브 영상 캡처


MBN '불타는 트롯맨'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출연자 황영웅은 공정성 논란과 함께 폭력 전과 등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최종회를 앞두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MBN MUSIC 유튜브 영상 캡처

MBN '불타는 트롯맨'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출연자 황영웅은 공정성 논란과 함께 폭력 전과 등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최종회를 앞두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MBN MUSIC 유튜브 영상 캡처

‘미스터트롯2’ 출연자 박지현은 뛰어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목포 수산물 센터에서 병어를 팔던 청년의 트로트 가수 도전기라는 드라마틱한 사연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방영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의 사연이 가짜라는 의혹과 함께 밀어주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박지현의 소속사인 초록뱀이앤엠 측은 밀어주기 논란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싸이'로 인기를 얻었던 출연자 황민우 역시 김연자 마스터의 남편이 대표로 있는 ‘홍익기획’ 소속임이 밝혀지면서 공정성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출연자 안성훈과 마스터로 나선 배우 문희경까지 같은 소속사라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다. ‘불타는 트롯맨’에서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황영웅이 심사위원 조항조와 같은 소속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밀어주기 의혹에 이어 결승전 주자로 내정됐다는 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황영웅은 폭력 전과 등 사생활 논란마저 겹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타 오디션 우승자의 재등장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안성준은 MBC '트로트의 민족' 우승자다. TV조선 JOY 유튜브 영상 캡처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안성준은 MBC '트로트의 민족' 우승자다. TV조선 JOY 유튜브 영상 캡처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진해성은 KBS2 ‘트롯 전국체전’ 우승자다. TV조선 JOY 유튜브 영상 캡처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진해성은 KBS2 ‘트롯 전국체전’ 우승자다. TV조선 JOY 유튜브 영상 캡처

두 프로그램에는 타 오디션 출전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하고도 재출연한 이들이 유독 많았다. KBS2 ‘트롯 전국체전’ 우승자 진해성, MBC ‘트로트의 민족’ 우승자 안성준, MBN ‘보이스트롯’ 우승자 박세욱 등 타 방송사의 트로트 오디션 우승자들이 대거 ‘미스터트롯2’에 출연했다. JTBC ‘팬텀싱어’ 우승자 손태진, ‘팬텀싱어3’ 준준우승자 길병민 등 타 장르 우승자도 트로트 오디션에 나섰다.

오디션 프로그램 간 출연자가 겹치는 현상은, ‘미스트롯’의 성공 이후 이를 모방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난 데 따른 부작용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성공이 보장돼 있다는 판단이 내려져 오디션 포맷의 고착화가 심해진 상태인 데다 이를 대체할 방안도 명확지 않은 상황”이라며 “출연자로서는 매 기회가 절박하겠지만 시청자들로선 식상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황소개구리’ 된 기성 가수… 오디션 생태계 교란

'미스터트롯2' 출연자인 박서진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온라인 응원 투표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미스터트롯2' 제공

'미스터트롯2' 출연자인 박서진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온라인 응원 투표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미스터트롯2' 제공

기성가수들이 출연하면서 팬덤 구도가 과열된 점도 문제다. 통상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출연 이후 팬층이 생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이미 팬층을 보유한 채 출연한 이들이 유독 많았다. 2013년 데뷔해 ‘장구의 신’이라 불리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채로 ‘미스터트롯2’에 나선 트로트 가수 박서진이 대표적이다. 팬덤 지지 속에 인기투표 1위를 질주하던 박서진이 탈락하자 투표율을 억제하기 위해 그의 방송 노출도를 의도적으로 줄였다고 그의 팬들이 반발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시청자 투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기성 가수가 참여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교란하는 '황소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을 통해 트로트 업계가 살아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기획사들이 오디션의 화제성만 주목해 소속 가수를 출연시켜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일은 실력을 통해 무명가수를 발굴한다는 오디션의 본질을 훼손시킨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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