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승인 보톡스' 수출업체에 팔아넘긴 제약사 무더기 재판행

입력
2023.03.14 17:07
수정
2023.03.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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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출하승인 안 받고 보톡스 판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 독소(보톡스)’를 수출업체에 판매한 제약업체와 임ㆍ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 박혜영)는 14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6개 제약업체 및 임ㆍ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2015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국가출하승인을 거치지 않은 보톡스를 수출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국가출하승인 제도는 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의 경우 품질 균일성, 안정성 등을 판별하기 위해 판매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심사하는 제도다.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의약품을 국내에 판매하면 품목허가 취소 대상이 된다. 다만 수출 제품엔 해당하지 않아 대다수 보톡스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도매상, 무역상 등을 끼고 미승인 제품을 외국에 팔았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제약업체가 보톡스를 수출기업에 유상으로 넘긴 행위를 ‘판매’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업체들은 수출 절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국내 판매로 봤다. 제약사들이 수출업체에 보톡스를 팔아넘긴 뒤 △실제 수출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수출 여부와 무관하게 판매 대금을 수령했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업체도 해외 거래처의 주문을 받기 전 미리 제약업체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하고, 거래 상대방 등을 자유롭게 정해 판매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수출업체가 다른 국내 수출업체에 보톡스를 재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검찰은 제약사들이 거래 위험을 분산하고, 새로운 해외 판매망 확보에 드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국가출하승인 제도를 관행적으로 회피해 온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식약처도 이미 지난해 12월 허가취소 행정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의약품 제조업체의 불법적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건전한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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