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생산 확대" 김정은 지시 후 영변 실험용 경수로 완성 징후 포착

입력
2023.04.02 16:00
수정
2023.04.02 16: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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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8노스 "영변 실험용 경수로 작동 상태 전환"
이달 태양절·한미회담 계기 ICBM 등 도발 가능성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38노스 홈페이지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38노스 홈페이지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로 알려진 영변 핵시설에서 실험용 경수로가 거의 완성된 징후가 포착됐다. 핵탄두 제조에 쓸 핵물질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로 보인다. 지난달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며 한국과 미국을 향한 핵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은 각종 기념일과 이벤트가 있는 4월에도 군사위성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달 3일과 17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영변의 실험용 경수로가 거의 완성돼 작동 상태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보도했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실험용 경수로 주변에 20개 정도의 방이 있는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경수로 운영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추정된다. 원자로 냉각 시스템의 물이 인근 구룡강으로 배출된 것도 감지됐다. 38노스는 "실험용 경수로의 냉각장치 시험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핵무기연구소의 보고를 받은 뒤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확대해 위력 있는 핵무기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험용 경수로 작동이 김 위원장의 지시와 연관돼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민간위성에 촬영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영변에 건물 공사 등을 하고 있다"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겠다는 게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 한미연합훈련과 정상회담 트집 잡아 도발 가능성

핵무력을 앞세운 북한의 도발은 이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1주년(11일)과 김일성 생일(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군 91주년(25일) 등의 각종 기념일이 집중돼 있고,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등 한미 간 외교·안보 공조를 빌미 삼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 해군·해병대는 3일까지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을 진행한다. 미국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속한 제11항모강습단의 방한을 계기로 이번 주 초에는 한미일 훈련이 진행된다.

지난달 16일 평양 순안 국제비행장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이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지난달 16일 평양 순안 국제비행장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이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북한은 이미 "4월에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위성을 쏘아 올릴 때 필요한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과 거의 똑같다.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도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고체연료 추진 ICBM 발사와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의 정상각도(30~45도) 발사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화산-31'까지 공개했기에 기술적 이유로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정치적 목적의 핵실험은 할 수 있겠지만 중국이 반대하는 데다 지금이 최적기로 볼 수 없어 이달에 실시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쟁광들의 망동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미국과 추종무리들은 저들이 상대하는 국가(북한)가 실제 핵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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