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진두지휘로 미국 징검다리 삼아 첨단기업 탈바꿈 잰걸음

입력
2023.04.08 15:00
수정
2023.04.08 19:34
8면

신재생에너지와 방위산업, 항공우주산업으로 급속도로 전환 중
김동관, 미 한화솔루션 공장서 해리스 부통령 만나
미 IRA 수혜 기업으로 꼽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그룹 사옥. 한화 제공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그룹 사옥. 한화 제공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키우는 한화그룹의 첨단 산업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를 받으며 한화가 신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고, 방위사업 분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젠 항공우주산업까지 집중 투자할 여력이 생기며 일론 머스크의 세계적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에 도전장을 내밀 기세다. 과거 화학·소재·건설 전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8일 한화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부터 사업 개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한화솔루션이, 항공우주와 방위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도록 했다. 그룹 대표 선수로 내세울 만한 사업 분야를 만들면서 미래 기술 선점과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정리였다. 한화방산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1일 합병한 것도 이런 전략의 실현이다. 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일찌감치 태양광 산업을 미래를 이끌 사업으로 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며 "스스로 에어로스페이스 내 한화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맡은 2021년부터는 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항공, 우주, 방산 등도 그룹 중심으로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산업은 미국이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며 결실을 맺고 있다. 한화는 미국에서 10년 동안 9조 원이 넘는 IRA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미국 측이 2035년까지 태양광으로 국가 전력의 40%를 감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서 태양광 산업을 빨리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행사를 연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김 부회장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만났다. 미 정부가 한화를 대표 투자유치 기업으로 삼아 경제성과 집중 홍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한화솔루션은 미 조지아주에 약 3조2,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 중이며, 한화첨단소재도 약 1,890억 원을 들여 태양광 패널 부품 공장 설립에 나섰다. 또 2024년에는 조지아주 카터스빌 지역에 잉곳, 웨이퍼, 셀, 모듈 공장을 새로 짓는다. 이런 한화의 대규모 투자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조지아주 태양광 생산 확대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동시에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는 IRA 법안 실행에 따라 올해 약 1억5,000만 원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총 9조1,000억 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누릴 전망"이라며 "당기순이익 측면에서는 약 7조2,000억 원의 추가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 방산 넘어 우주산업까지 집중

첨단산업 집중하는 한화그룹

첨단산업 집중하는 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상승세를 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수출이 크게 늘어 방산부문의 실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 중인 폴란드와 지난해 총 3조 2,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212문 공급 계약을 맺었고 루마니아와 협약을 맺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대상으로 무기 수출을 늘리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무기 수출로 큰돈을 번 한화가 세계적 우주탐사기업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대결을 벌일 태세"라고 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뿐만 아니라, 로켓, 위성운용, 달탐사, 자원추출 사업 등 우주산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와 경쟁사인 영국 위성 스타트업 '원앱'의 지분 9%를 인수하기도 했다. 유동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은 "2032년까지 우주선 발사 가격을 스페이스X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차세대 로켓을 개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잠수함, 구축함 등 함정 특수선 기술로 육해공으로 방위 산업을 확장할 수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제조 기술을 기존 LNG 수입·발전 사업에 더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신재생에너지 밸류 체인 구축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지원에 따라 김 부회장이 오랜 기간 첨단 산업을 육성한 결실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한화는 더 이상 화학 중심의 그룹이 아닌 태양광, 우주산업, 방산기업으로 전 세계에 더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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