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한화, 대우조선 인수 '신경전'... 관건은 '합병 조건'

공정위-한화, 대우조선 인수 '신경전'... 관건은 '합병 조건'

입력
2023.04.05 16: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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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도 "조건 없는 합병" 한화 편
공정위, 약한 강도 조건부 승인 전망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위 사진)와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승인만 받으면 마무리하는 한화,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의 최종 쟁점은 '합병 조건'이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더라도 방위산업 분야에서 다른 조선업체를 차별 대우하기 어렵다며 '조건 없는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두 회사 간 합병이 방산시장 내 경쟁을 제한할 수 있어 '조건부 승인'을 시사하고 있다.

방산 경쟁사 차별하면 한화에 역공

공정위는 3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군함시장 내 경쟁을 훼손할 가능성을 집중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한 경쟁을 담보할 시정 방안에 대해 한화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곧장 한화는 합병 승인을 빨리 결정해 달라고 하면서, 아직 공정위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의 도중 쟁점을 공개한 것도, 한화가 공정위에 불만을 표시한 것도 모두 보기 드문 일이다. 여기에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4일 한화 측 우군으로 가세하면서 공정위와 한화 간 신경전의 판은 더욱 커졌다.

한화는 국가가 관리하는 방산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대우조선과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수로 기업이 몸집을 불릴 경우, 경쟁업체가 타격받을 수 있어 공정위 조율이 필요한 여타의 산업과 방산은 달리 봐야 한다는 뜻이다.

방산업계에선 방위사업청이 군함 등 무기 입찰을 꽉 쥐고 있어, 한화가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군함 제작업체를 불리하게 대우하면 쉽게 발각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조선사에 무기를 비싸게 팔거나 관련 정보를 적게 제공할 경우 한화가 역공을 당할 수 있는 셈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불발 가능성도 공정위가 합병 승인 속도를 빨리 내도록 압박하는 요인이다. 합병을 위한 전제 조건이 엄격해 한화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23년 만의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추진하는 산은 쪽에서 주로 나온다.

조건 없는 승인, 특혜 논란 부담

산은 관계자는 "기업결합 무산으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실패하면 국내 조선·방산업 경쟁력 저하뿐 아니라 수만 명의 고용과 수백 개의 협력사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는 한화에 시정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듯 조건을 달아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승인한다는 기류다. 복수의 군함 제작업체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상황이라, 이들까지 설득하는 대안 없이 합병을 승인하기 어렵다. 현재 HD현대중공업 외에 한진중공업도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이번 합병을 '프리패스'했다가 불거질 수 있는 한화 특혜 논란도 부담이다. 공정위로선 향후에 문제 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합병 심사를 깐깐히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공정위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약한 강도의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업체를 무기 판매가격·정보 제공 등에서 차별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는 식의 '행태적 조치'가 한 예다. 공정위 심사관이 내놓은 시정 방안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가 받아들이지 않고 조건 없는 승인을 결정할 수도 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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